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이 1년 만에 두 배로 뛰면서 인공지능(AI) 투자 둔화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를 다시 밀어냈다. 핵심 사업인 데이터센터 매출은 1년 만에 117% 늘었다. 엔비디아는 다음 분기에도 1000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2분기(5∼7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늘어난 962억 2000만 달러(약 133조 2000억원)를 기록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시장조사기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집계한 시장전망치 921억 7000만 달러를 40억 달러 이상 웃돈 수치로, 엔비디아는 이에 따라 13분기 연속 매출 신기록을 경신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과 관련해 "AI가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토큰은 생산적이고 수익성이 높으며 이제는 연산이 곧 매출이 됐다"고 선언했다.
황 CEO는 이어 "작년 이맘때만 해도 인프라 확충을 주도하는 AI 연구소는 하나뿐이었으나 지금은 새로운 연구소와 스타트업이 쏟아져나오는 황금기를 맞이했다"며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접어든 '베라 루빈'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개발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AI 데이터센터였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89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17% 증가했다.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벌어들인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오라클 등 글로벌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차세대 AI 가속기 플랫폼인 ‘베라 루빈(Vera Rubin)’도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사들인 '하이퍼스케일러' 대상 매출은 지난해 242억 달러에서 487억 달러로 갑절로 증가한 데 비해, 이를 제외한 클라우드사·기업 대상 매출은 169억 달러에서 403억 달러로 약 2.4배 늘어나 판매처도 점차 다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PC·게임기·차량용 칩 등을 포괄하는 에지 컴퓨팅 부문은 전년 대비 27% 성장한 72억 달러를 기록했다.
주당순이익(EPS)도 2.22달러로, 월가 예상치 2.1달러를 상회했다. 매출총이익률은 75%, 영업이익률은 66.5%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이와 같은 실적 호조가 회계연도 3분기에도 이어져 매출이 1080억 달러(약 149조5000억원)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이는 시장분석가들의 예측치인 1040억 달러를 넘어서는 수치다.
2분기 잉여현금흐름(FCF)도 213억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보다 58.7% 늘었다. AI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는 여타 거대 기술기업의 잉여현금흐름이 크게 줄거나 적자로 전환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제품을 공급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한 매출채권 금액이 630억 달러(약 87조원)로, 6개월 전의 385억 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것은 우려 요인이다.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량 고객과 다분기 계약에 대한 지급 조건이 연장돼 매출채권 회수 기간이 45일에서 60일로 늘어났다"고 매출채권 증가의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도 변수다. 미국의 첨단 AI 반도체 수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엔비디아는 이번 3분기 실적 전망에 중국 데이터센터 컴퓨팅 매출을 아예 포함하지 않았다. 중국 시장을 제외하고도 AI칩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크레스 CFO는 2분기에 중국에 판매된 이전 세대 AI칩 '호퍼' 제품의 매출이 발생했으나, 이는 전체 데이터센터 매출의 1%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주주환원도 역대급이었다. 엔비디아는 2분기 자사주(자기주식) 매입과 현금배당을 통해 약 260억달러(약 36조360억원)를 주주들에게 환원했다.
분기 말 자사주 매입 승인 잔액은 약 990억달러(약 137조2140억원)에 달한다. 3분기 가이던스도 1080억 달러로 공식 컨센서스 1040억 달러를 상회했다.
이날 정규장에서 1.59% 하락 마감한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4% 가량 급등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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