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품귀 현상을 빚었던 '포켓몬빵' 열풍이 출판계에서 재현될 조짐이다. 민음사와 GS25가 손잡고 내놓은 빵에 동봉된 책갈피가 중고거래 시장에서 빠르게 팔리며 굿즈 열풍을 만들고 있다. 실제로 매물이 올라온 뒤 결제가 완료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지난 23일 기준 '23분'에 불과했다.
27일 번개장터에 따르면 GS25 민음사빵 1차 출시 직후인 지난 21~23일 '민음사 책갈피' 매물의 거래 소요시간 중앙값은 3시간30분에서 23분으로 대폭 줄었다. 매물이 올라온지 30분도 안 돼 바로 팔린 것이다. 같은 기간 번개장터 전체 매물보다 약 2.8배 빠른 속도다.
등록된 매물이 실제 결제로 이어진 비중도 21일 53.8%, 22일 41.4%, 23일 54%로 높았다. 민음사빵이 출시 5일 만에 10만개가 전부 팔리며 편의점에서 더 이상 구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책갈피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중고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책갈피 가운데서도 '한정판'의 인기는 더 뜨거웠다. GS25 한정 디자인이 포함된 매물의 판매율은 64.3%로 나머지 디자인의 37.2%보다 1.7배 높았다. 빵을 사야만 얻을 수 있는 데다 특정 디자인을 원하는 소비자가 몰리면서 책갈피 자체가 수집하고 거래하는 굿즈가 된 셈이다. 민음사빵에 동봉된 책갈피는 총 20종이며 이 중 3종만 '미공개 한정판 디자인'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2022년 포켓몬빵 띠부씰 수집 열풍과 비슷하다. 하지만 중고시장 움직임은 달랐다. 포켓몬 띠부씰은 처음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지만, 물량이 풀리면서 오히려 거래가 급격히 식었다. 띠부실은 출시 초기 매물이 올라온 뒤 판매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30분이었지만 5월 중순에는 116시간까지 늘었다. 판매 전환율도 4.8%까지 떨어졌다.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빠르게 많아진 결과다.
민음사 책갈피는 아직 반대편에 있다. 물량이 늘어나는 와중에도 거래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수요가 공급을 앞서고 있다. 물량이 하루 만에 6배로 뛴 지난 25일에는 오히려 등록된 매물의 절반 이상이 결제로 이어졌다. 가격 또한 한정판 책갈피의 경우 1만8000원에 제시되기도 했다. 빵 가격이 2700원·3700원인 것과 비교해 최대 6.6배나 비싼 가격이다. 빵 안에 동봉된 작은 책갈피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웃돈을 주는 '팬덤'이 등장한 것이다.
민음사빵 책갈피 수집 열풍을 이끄는 건 '2030 여성'이었다. 판매자의 84.8%, 구매자의 81.8%가 여성이었다. 판매자는 20대 여성이 42.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구매자는 20대와 30대 여성이 각각 27.3%로 나타났다. 특히 40대 이상 구매자 비중은 19.6%로 판매자(9.0%)의 두 배를 넘어섰다. 직접 편의점에서 상품을 구하기 어려운 소비자나 원하는 디자인을 확보하지 못한 소비자가 중고거래 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음사 책갈피 열풍은 GS25 협업에서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았다. 책갈피에 쓰인 한정판 책표지 디자인을 향한 수요는 GS25 협업보다 훨씬 앞서 형성돼 있었다. 지난 6월 15만명이 몰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민음사가 선보인 한정판 책표지가 빠르게 소진됐다. 개장하자마자 관람객들이 민음사 부스로 달려갈 만큼 인기를 끌었다. 국제도서전에서 민음사가 선보였던 한정판 책표지는 이번 GS25 민음사빵 책갈피와 동일하다. '오늘의 귀여움' 캐릭터 지식재산권(IP)과 협업한 책표지로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고전문학책들을 귀여운 버전으로 소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국제도서전에서 책표지를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이후 서울 용산구 용산아이파크몰에 마련된 민음사 팝업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같은 한정판 책표지를 활용한 굿즈를 판매했다. 지난 11일부터 23일까지 13일간 하루 평균 약 900명이 실제 상품을 구매했다. 실제 입장객은 하루 1000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아이파크몰 측은 추산했다.

팝업 또한 입장 자체가 어려울 만큼 인기를 끌었다. 사전예약이 매진돼, 취소표를 구하거나 현장 예약으로만 입장할 수 있었다. 출근 전 짬을 내 20만원어치를 사간 팬도 있었다. 지난 25일 김민지 씨(26)는 "아이파크몰이 문 열기 1시간 전부터 대기했다"며 "국제도서전에서 못 사서 꼭 사고 싶었다. 지인들한테도 선물하려고 고르다보니 20만원 썼다"며 출근 시간에 맞추기 위해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민음사 굿즈를 향한 수요는 중고시장에서도 GS25 협업 이전부터 움직였다. 8월 중순 민음사 관련 매물은 상순의 네 배 수준까지 늘었으며, 당시에는 책갈피가 아닌 키링 등 다른 굿즈가 주로 거래됐다. GS25 협업은 없던 수요를 만들어냈다기보다, 이미 존재하던 민음사 팬덤에 새로운 수집 대상을 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제도서전과 팝업에서 시작된 '책표지 수집'이 편의점과 중고거래 시장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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