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2억' 정주영 회장 자택, 경매 또 유찰…입찰가 반토막

입력 2026-08-27 17:08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말년에 거주했던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이 법원 경매에서 3번째 유찰됐다.

27일 경매·공매 전문 데이터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북촌한옥마을 내 가회동 177-1 주택과 주변 3개 필지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3차 입찰에서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3차 입찰 최저 매각 가격은 약 251억원이었다.

해당 매물은 지난 6월 18일 1차 입찰과 7월 23일 2차 입찰에 이어 이번 3차 입찰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8일 열리는 4차 입찰 최저가는 최초 감정가(약 392억원)의 51% 수준인 약 201억원까지 떨어진다.

가회동 자택은 정 명예회장이 2000년 2월 약 55억원에 매입해 머물렀던 곳이다. 정 창업회장이 직접 지어 38년간 거주했던 청운동 자택을 떠나 이사하면서 당시 큰 관심을 모았다. 서울에서 기운이 좋은 명당으로 소문나 정·재계 인물들이 눈독을 들인 부동산으로 알려졌다. 풍수지리상 재물이 모이는 금계포란형(金鷄抱卵型) 및 대권 명당으로 꼽혔다.

북촌 한복판에 자리 잡은 이 주택은 오랜 기간 주요 기업인들이 거쳐 간 곳으로도 유명하다. 화신백화점 창업주인 고 박흥식 회장이 1931년부터 1988년까지 57년간 살았으며, 이후 화신산업과 계열사가 자금난을 겪자 박흥식 회장은 무역업자인 박우준 씨에게 팔았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2000년 2월 박우준 씨로부터 이 주택을 매입했다. 같은 계동에 들어선 현대건설 사옥까지 불과 450m 정도 거리로 가까워 매수를 결정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청운동 자택은 2000년 3월 큰아들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에게 넘겨졌지만, 정주영 명예회장은 가회동 자택보다는 사망할 때까지 청운동과 아산병원을 오가며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2001년 3월 세상을 떠난 후 이 주택은 배우자인 고 변중석 여사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가, 얼마 후인 2001년 9월 여성 부동산 사업가 정모 씨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하지만 정 씨가 금융권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가 부동산을 매각해 채권을 회수하는 절차인 임의경매를 신청했다.

경매 시장에서는 매물의 감정가가 수백억원대에 달해 인수할 수 있는 매수층이 극히 제한적인 데다, 토지 면적이 넓어 활용 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연이은 유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가격대가 워낙 높아 일반 수요자의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넓은 대지 면적 역시 매수 희망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유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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