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니 취득세, 살자니 종부세, 주자니 증여세, 죽자니 상속세" [돈앤톡]

입력 2026-08-31 06:30   수정 2026-08-31 07:21

"사자니 취득세, 살자니 종부세, 주자니 증여세, 죽자니 상속세" [돈앤톡]


"사자니 취득세, 살자니 종부세, 보유하니 보유세, 팔자니 양도세, 주자니 증여세, 죽자니 상속세, 안 사자니 전월세, 아파트값 급등세."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 부동산 시장에서 화제입니다. 집을 사거나 보유해도 세금을 내고 팔거나 자녀에게 넘길 때도 세금이 따라붙는 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증여세, 상속세는 과세 대상과 목적이 서로 다른 세금입니다. 모든 주택 보유자에게 이 세금이 한꺼번에 부과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짧은 게시물에 공감이 쏟아진 배경에는 최근 부동산 정책이 잇달아 바뀌면서 집을 가진 사람은 물론 집을 사려는 사람까지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시장의 피로감이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부동산 세제를 대대적으로 손질했습니다. 핵심은 주택 수보다 주택 가격과 실제 거주 여부를 중심으로 과세 체계를 바꾸는 것입니다.

먼저 종부세가 달라집니다. 정부안에 따르면 1가구 1주택 실거주자의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아집니다. 반대로 비거주 주택과 다주택에 대한 혜택은 축소하는 방향입니다.

세율도 손봅니다. 현재 1·2주택자는 0.5~2.7%, 3주택 이상은 0.5~5.0%지만 2028년부터 주택 수와 관계없이 0.5~5.0%로 통일됩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현행 60%에서 단계적으로 70~80%로 올라갑니다. 정부는 시가 20억원 이하 실거주 1주택자는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부담을 높이는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집을 팔 때의 계산도 달라집니다. 정부는 종부세를 강화하면서 다주택자가 집을 처분할 수 있도록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중과를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5월 중과를 재개했다가 세제개편을 통해 다시 퇴로를 열어준 것입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손질됩니다. 장기간 '보유'했다는 사실보다 실제 '거주'한 기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공제액에도 한도가 생깁니다. 정부가 내세우는 원칙은 명확합니다. 집을 투자 대상으로 보유하기보다 실제 거주하는 공간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정책이 바뀔 때마다 주택 소유자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보유세가 늘면 집을 팔지 고민하게 되고 양도세가 달라지면 매도 시점을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실거주 여부에 따라 종부세 부담이 달라지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들어갈 것인지도 선택지가 됩니다.

여기에 대출 규제까지 고려하면 집을 새로 사려는 사람의 계산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결국 온라인에서 나온 '사자니 취득세, 살자니 종부세'라는 풍자가 시장에서 나오는 것도 모든 단계에서 따져야 할 변수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목표는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서 실거주자를 보호하고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입니다. 실제 이번 세제개편에서도 시가 약 20억원 이하 실거주 1주택자를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실수요자 보호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세금과 금융규제를 동시에 조이면 수요자가 집을 사거나 파는 것보다 일단 기다리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 문제가 제기됩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만 해도 지난 5월 4년간 이어진 유예가 끝났지만 정부는 불과 석 달 만에 종부세 개편과 함께 2028년까지 다시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정부 역시 이번 조정은 종전의 단순한 중과 유예와는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집을 사지 않고 임대차 시장에 머무르는 것도 부담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2% 올라 전주(0.19%)보다 상승 폭이 커졌습니다. 서대문구가 0.45% 뛰었고 금천구(0.44%), 도봉·노원구(각각 0.37%), 성북구(0.36%) 등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작은 지역까지 상승세가 번지고 있습니다. 직주근접성이 좋은 역세권과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이어지면서 상승 거래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집값 상승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8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29% 올라 전주(0.22%)보다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세제개편 여파로 강남구(-0.11%)와 서초구(-0.05%)는 3주 연속 하락했지만 중랑구(0.56%), 성북·강북구(각 0.55%), 도봉·노원구(각 0.54%) 등 서울 외곽이 크게 뛰었습니다. 규제와 세 부담을 피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서울 전체 집값은 오히려 상승 폭을 키우는 모습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거나 새로 내놓는 등 추가에 추가, 예외의 예외를 자꾸만 두다 보니 시장이 복잡해지고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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