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 한 끼에 식후 커피까지 더하면 하루 2만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치솟는 외식비에 직장인들이 도시락을 싸거나 집에서 직접 끼니를 챙기기 시작했다. 여기에 건강한 식단을 중시하는 웰니스 트렌드까지 맞물리면서 요리 실력이 부족해도 부담 없이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집밥과 도시락이 새로운 식사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전문적인 요리 도구나 조리 지식 없이 간단하게 한 끼를 만드는 콘텐츠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칼 대신 손으로 채소를 찢어 넣거나 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활용하는 이른바 '냉털'(냉장고 털이) 식이다. 먹음직스러운 플레이팅이나 정교한 조리법보다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다'는 간편함을 내세운 콘텐츠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 소재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주일 식비 4만원'처럼 절약을 내세운 콘텐츠부터 '10분컷 도시락 싸기', '간단한 도시락 레시피', '도시락 용품 추천', 집에서 즐기는 '불금 홈밥'까지 세분화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단백질과 채소를 늘리는 등 영양 균형을 강조한 식단 콘텐츠도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시락 관련 용품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29CM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6일까지 '보냉 도시락가방'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6% 급증했다. 같은 기간 '도시락 보냉백' 검색량은 전월 대비 50%, '도시락 수저세트'는 75%, '보온 도시락'은 69% 늘었다.

삼겹살은 이미 '금겹살'이 된 지 오래다. 지난 7월 서울 지역 삼겹살 1인분(200g 기준) 평균 가격은 2만1321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점심 한 끼에 음료나 커피까지 곁들이면 하루 식비가 2만원 안팎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인들의 실제 점심 지출액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NHN페이코의 모바일 식권 결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페이코 식권 이용자의 평균 점심 지출액은 9500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6000원과 비교하면 8년 만에 약 58% 오른 수준이다.
업무 권역별 격차도 컸다. 수도권 12개 주요 업무 권역 가운데 평균 점심 지출액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동으로 1만5000원에 달했다. 강남은 1만4000원, 여의도와 서초는 각각 1만3000원, 마곡과 판교는 각각 1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웰니스에 대한 관심도 직접 식사를 챙기는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건강관리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식단 관리'를 꼽은 응답자가 43.8%로 가장 많았다. '꾸준한 운동'은 40.8%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필요한 곳에만 돈을 쓰는 '요노(YONO·You Only Need One)' 소비의 연장선으로 본다.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외식비는 아끼되 식재료나 도시락 용품에는 돈을 쓰면서 비용과 건강을 함께 관리하려는 소비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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