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인데 배추값 30% 싸졌다…'뜻밖의 상황' 벌어진 까닭 [프라이스&]

입력 2026-08-29 22:00   수정 2026-08-29 22:08

폭염인데 배추값 30% 싸졌다…'뜻밖의 상황' 벌어진 까닭 [프라이스&]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름철 대표 채소인 배추 가격은 예년보다 오히려 낮게 형성되고 있다. 여름에는 고온과 폭우로 생산량이 줄어 배추값이 뛰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강원 고랭지 작황이 예상보다 좋은 데다 봄배추 저장 물량까지 시장에 나오면서 공급이 넉넉하기 때문이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상순 배추 도매가격은 포기당 3437원으로 평년보다 32% 낮았다. 소매가격도 4226원으로 평년 대비 26% 쌌다. 무 역시 도매가격이 개당 1877원으로 평년보다 31% 낮았고, 양배추는 1626원으로 43% 떨어졌다. 통상 여름철 배추 도매가격이 포기당 4534원으로 10월~이듬해 6월 평균(2809원)보다 1.6배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흐름이다.

배추값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고랭지 작황이 좋기 때문이다. 7~9월 국내에서 유통되는 여름배추 대부분은 강릉·평창·태백·삼척 등 강원 고랭지에서 생산된다. 고랭지배추는 국내 연간 배추 생산의 약 16%를 차지하며 이 가운데 90~95%가 강원에서 나온다. 올해 7~8월 산지에는 생육에 필요한 비가 적절히 내리고 기온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평년보다 5~10% 늘었다.

앞서 생산된 봄배추 물량이 넉넉했던 것도 가격을 끌어내렸다. 올해 봄배추는 재배면적 확대와 양호한 작황으로 공급량이 증가했다. 저장성이 있는 봄배추 일부가 여름까지 출하되면서 본격 출하기를 맞은 고랭지배추와 시장에서 겹쳤다. 소비 부진까지 더해지며 올봄 이후 배추 도매가격은 평년을 밑도는 약세를 이어왔다. 농식품부는 추석 성수기까지 큰 기상이변이 없다면 배추·무 가격이 평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에겐 반가운 가격이지만 산지 분위기는 정반대다. 지난달 초부터 26일까지 가락시장 배추 도매가격은 포기당 1851원으로 평년보다 무려 43% 낮았다. 가격이 생산비에도 못 미치면서 강원 고랭지에서는 출하를 포기하는 농가까지 나타났다. 이후 가격은 포기당 3469원까지 회복됐지만 농가의 경영 부담은 여전하다.

정부도 공급 과잉에 대응해 가격 방어에 나섰다. 수급사업 참여 농가에 대해 배추 가격이 평년의 80% 이하로 떨어질 경우 하락분을 보전하고, 출하를 포기하는 농가에는 경영비 수준 이상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약제·영양제·멀칭필름 등 영농자재 비용도 80%까지 보조한다. 소비를 늘리기 위해 최대 40% 할인 행사도 병행하고 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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