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구 반대편에 '자원 영토' 넓힌다…8년 만에 흑자

입력 2026-08-31 16:14   수정 2026-08-31 16:16


지난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북서부 살타 주, 안데스산맥 기슭의 해발 4000m 고지대. 경비행기를 타고 내린 공터에는 ‘포스코 공항(에어포트)’라는 팻말이 박혀 있었다. 팻말 뒤엔 포스코아르헨티나 법인의 공장과 생활시설이 펼쳐졌다.

이곳은 산소량이 평지의 60~70% 수준으로 일상생활이 쉽지 않다. 전기와 가스 등 공장 가동에 필요한 인프라도 처음에는 없었다. 그런데도 포스코그룹이 공장을 지은 건 핵심 광물인 리튬이 이곳 지하 수백m에 묻혀 있어서다. 포스코그룹은 이곳에서 리튬을 머금은 염수를 땅 밑에서 추출해 정제한 뒤 글로벌 공급사들에 팔고 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염호를 개발해 리튬을 직접 생산한 건 최초다.

리튬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대표적인 원료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설치되는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에도 쓰인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리튬 정제·가공 산업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국내 상당수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중국에서 리튬을 조달받는다. 포스코그룹의 리튬 사업을 우리나라의 자원 주권의 차원으로 보고 뛰어든 이유다.
◇2분기 첫 흑자 … 법인 설립 8년만

포스코그룹이 생산하는 리튬은 공장 옆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서 난다. 이 염호는 아르헨티나와 칠레, 볼리비아에 걸쳐 있는 ‘리튬 삼각지대’에 있다. 이 지대에는 전 세계 리튬의 약 60%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름은 소금호수(염호)라는 뜻이지만 직접 본 염호는 황톳빛 메마른 땅이었다. 리튬이 함유된 염수는 지하 400~500m를 뚫고 들어가 뽑아내야 한다.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염수는 L당 평균 921㎎의 리튬을 함유하고 있다. 포스코아르헨티나 관계자는 “L당 400㎎ 이상이면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땅에서 뽑아낸 염수는 거대한 푸른빛 폰드(인공 연못)로 옮겨진다. 염전처럼 햇빛과 바람에 물을 말리고, 소금 등 불순물을 걸러내는 단계를 거쳐 리튬 농도를 진하게 하는 과정이다. 수개월간 자연에서 농축된 염수는 공장으로 보내져 각종 화학 공정을 거친 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소재인 수산화리튬으로 생산된다.

포스코아르헨티나의 1공장은 지난 3월 상업생산을 시작하며 올 2분기에 사상 첫 흑자(110억원)를 기록했다. 2010년 그룹 차원에서 리튬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염수리튬 추출 기술 개발에 나선 지 16년 만의 성과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2014년 신사업실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리튬 추출 공정 기술 고도화를 직접 이끌며 리튬 사업을 주도했다.

포스코그룹은 2018년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를 2억8000만달러에 인수하고 포스코아르헨티나 법인을 세워 리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담당자들은 시장에 나온 매물 중 마음에 드는 염호가 없어 팀원들과 함께 염호를 팔 만한 외국 기업을 찾아다니며 설득했다고 한다.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도 직접 지었다.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는 인수 전 리튬 매장량이 220만t으로 추산됐지만, 포스코 인수 후 다시 측정하자 리튬 매장량 추정치가 1350만t으로 6배까지 늘어났다. 당시 다른 기업은 100~200m 깊이를 뚫어 측정했지만, 포스코는 600m 깊이까지 뚫었기 때문이다. 박현 포스코아르헨티나 법인장은 “광물은 품위가 높으면 정제 기술의 우위를 상쇄하는 분야”라며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리튬은 세계 톱 수준의 품위”라고 강조했다.
◇2033년까지 아르헨서 10만t 생산

포스코그룹은 당초 2030년까지 2·3·4공장을 건설해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량을 연 10만t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기차 열풍이 불며 중국 탄산리튬 현물가격이 t당 약 60만위안(약 1억2300만원)을 웃돌며 고공 행진할 때였다. 포스코아르헨티나가 염호를 확보해 리튬을 생산하고, 포스코퓨처엠이 리튬으로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를 만드는 밸류체인도 구축했다.

그러나 이후 전 세계에서 리튬 공급이 급증했다. 2023년 하반기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왔다. 캐즘이 장기화하며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6월 t당 6만위안을 밑돌며 10분의 1토막 났다.

포스코그룹은 침체기에 저평가된 우량자산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쳤다. 지난해 7월 기존 보유한 염호 옆의 ‘옴브레 무에르토 노스’ 염호 인수 협상을 시작해 지난 4월 완료했다. 인수금액은 6500만달러로 가치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는 평가다.

포스코그룹이 보유한 염호의 총 리튬 매장량은 1500만t 수준이다. 수율을 고려해 300만t을 뽑아낸다고 가정해도 전기차 총 700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염호의 총면적은 287㎢로 서울시 면적의 47%에 육박한다.

포스코아르헨티나는 올해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5월 리튬 가격이 20만위안을 돌파하는 등 시장이 살아나면서다. 계약 문의도 쏟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배터리 원료·소재 분야에서 ‘탈 중국’이 중요한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박 법인장은 “전 세계 배터리 및 완성차 업체가 공급 문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철강과 함께 리튬 등 자원·에너지를 그룹의 3대 성장축으로 삼고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연내 2공장을 준공한 후 2030년 3공장, 2033년 4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2033년까지 아르헨티나(10만t)와 호주(7만3000t)를 합쳐 연 17만3000t 규모의 리튬 생산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리튬 톱5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자원 확보는 총칼 없이 싸우는 현대식 영토 전쟁”이라며 “자원 공급망이 중요해지며 세계 각국에서 글로벌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타=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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