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여기서 탔는데…'서울 가려면 이제 어떡해요' 발동동

입력 2026-08-31 21:00  

47년 여기서 탔는데…'서울 가려면 이제 어떡해요' 발동동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잇는 버스터미널이 전국 곳곳에서 문을 닫고 있다. 철도 승객이 늘어나고 인구가 줄면서 민간사업자가 더 이상 터미널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려서다. 코로나19 이후 승객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도 터미널 경영난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선 ‘지역의 장거리 교통망 자체가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대도시 대전서남부도 폐업 위기
31일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2018년 말 전국 여객자동차터미널 수는 326곳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285곳으로 41곳이 줄었다.

경기 고양 화정버스터미널은 경영난과 시설 노후화 등을 이유로 2023년 문을 닫았다. 특히 인근 백석역에 고양종합터미널이 들어선 이후 이용객이 급감했다. 철도와 다른 터미널의 등장으로 교통 수요가 이동하면서 기존 터미널이 경쟁력을 잃은 대표적 사례다. 경북 도내 터미널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성주군 시외버스터미널은 2020년 폐업했다. 이어 울진군 기성공용터미널, 울진군 삼근공용버스터미널이 각각 2021년과 2023년 문을 닫았다. 의성군 도리원버스터미널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2024년 폐업했다. 영천시 영천공영버스터미널도 폐업에 들어가 영천시가 직영으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지방 소도시뿐 아니라 대전 등 대도시 터미널까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1979년 문을 연 대전서남부터미널은 한때 지역 최대 규모의 터미널이었다. 그러나 철도 이용객이 늘어나는 등 교통수단 변화와 인근에 유성복합터미널이 신축되면서 이용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사업자는 결국 지난 7월 관할 구청인 중구청에 폐업 신고서를 냈지만 지난달 폐업 신청을 철회하기로 했다. 사업자와 중구청은 이용객의 이동권과 터미널의 공공적 기능을 고려해 현재까지 협상하고 있다. 전남광주 곡성군의 옥과터미널도 8월 말 폐업이 정해졌다. 하지만 곡성군과 터미널 사업자가 논의를 거쳐 올해 말까지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전국터미널협회에 따르면 민영터미널 161곳이 잠재적 폐업 위기에 몰렸다.
◇ 터미널 사라지면 지역경제 타격
버스터미널이 줄줄이 폐업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시외·고속버스 노선과 승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시외·고속버스 노선 수는 3203개로 10년 전의 4584개에서 1381개(30.1%) 줄어들었다.

버스 승객도 크게 줄고 있다. 시외·고속버스 이용자는 2005년 2억8337만 명에서 지난해 1억1839만 명으로 20년 만에 58.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버스 대수는 9582대에서 5961대로 37.8% 감소했다. 시외·고속버스 이용객은 특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시외·고속버스 이용객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2억4627만 명) 대비 51.9% 줄어들었다. 반면 고속철도 이용객은 2019년 말 7091만 명에서 지난해 말 9271만 명으로 2180만 명이나 증가했다. 지자체들은 이용객이 적은 터미널을 민간사업자에게 계속 운영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인 해법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터미널을 일반적인 상업시설로 볼 것인지, 지역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공공교통시설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모호한 측면도 있다.

대전세종연구원 관계자는 “버스 노선이 줄고 터미널이 사라지면 주변 상권이 함께 위축되고, 주민들의 이동권이 좁아진다”며 “버스 노선과 터미널 운영업체, 지역 주민을 하나의 교통망으로 보고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전남광주=임동률/안동=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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