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레일과 SR이 통합하면서 9월부터 KTX 요금이 약 10% 내린다. 고속철도가 경쟁 체제에서 독점 체제로 돌아가면서 요금이 오히려 내린 것이다. 경쟁은 좋고 독점은 나쁘다는 통념과 다른 결과다. 독점은 과연 악일까.
독점 시장에선 경쟁 시장에 비해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독점은 악’이라는 통념이 지배적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전체로 보면 독점 기업이 가격을 비싸게 받아서 돈을 많이 버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만큼 독점 기업이 이득을 얻는다면 경제 전체로는 손실이 아니다. 독점의 진짜 문제는 가격이 비싸진 탓에 수요가 줄어 거래량이 ‘최적 수준’에 못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프로그램을 예로 들면 윈도 가격이 비싼 것이 문제가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이 윈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규모의 경제가 크게 나타나는 산업에서는 한 사업자가 시장을 독차지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한국전력이 전국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새로운 회사를 세워 똑같이 전국적인 전력망을 구축해 봤자 불필요한 중복 투자가 되고 말 것이다. KTX와 SRT 분할도 비슷한 사례다. 독점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생산 비용이 낮아져 소비자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도 독점 기업이 발휘하는 장점이다. 네트워크 효과란 특정 상품의 수요가 다른 사람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현상을 뜻한다. 쉽게 말해 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효용이 커지는 현상이다.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많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메신저 시장을 카카오톡, 코코아톡, 초콜릿톡이 3분의 1씩 차지하고 있다면 이용자도 세 개를 다 깔아 놓고 써야 한다. 카카오톡이 독점하는 편이 소비자 입장에서 편리하다.
독점이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면도 있다. 기술 혁신을 위해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혁신에 성공할지, 그 결과 돈을 벌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는 데는 독점 기업이 유리하다. 독점 이윤에 대한 욕심이 혁신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가격 규제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비용을 줄일 동기를 없앤다는 것이다. 비용을 줄인 만큼 가격도 내려야 한다면 애써 비용을 절감할 이유가 없다. 그 결과 높은 가격이 유지된다. 국유화도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민간 기업은 경영을 잘못하면 손실을 보고, 경영자가 책임진다. 국영 기업의 경영이 잘못되면 국민이 피해를 보지만, 정치인과 공무원은 책임지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경제학자는 독점을 내버려 두자고 주장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스티글러는 “시장 실패는 정치 구조가 만들어내는 불완전한 정책의 결과인 정치 실패보다는 규모가 작다”고 말했다.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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