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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를 앞세워 국내 맥주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오비맥주가 국내 소주 시장에 처음 진출한다. 2024년 신세계그룹으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한 지 약 2년 만이다.
오비맥주는 9월 말 소주 신제품 ‘찰랑’을 출시한다고 31일 밝혔다. 출시 초기에는 서울 등 수도권과 제주 일부 지역의 식당, 주점에서만 판매한다. 시장 반응을 본 뒤 마트와 편의점 등으로 판매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알코올 도수는 15도로 진로보다 0.7도 낮다.
찰랑이 참이슬, 처음처럼, 새로와 경쟁하며 국내 소주 시장 판도를 흔들지 관심을 끈다. 주류업계는 찰랑 자체보다 카스와의 결합 효과를 주시하고 있다. 음식점과 주점에서 ‘소맥’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켈리와 참이슬, 진로를 거래처에 한꺼번에 공급한다. 크러시, 클라우드와 처음처럼, 새로를 함께 보유한 롯데칠성음료도 마찬가지다.
카스 영업망에 소주 '찰랑' 얹어, 맥주·소주 한번에…효율 높여
진로·처음처럼 점유율 83.8%…주류업계 판도 흔들지 관심
오비맥주가 국내 소주 시장에 뛰어든 것은 주류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이미 시장 1위인 카스의 점유율을 더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동안 오비맥주는 음식점에 카스를 팔면서도 같은 테이블에서 소비되는 소주 매출은 경쟁사에 내줘야 했다. 찰랑이 안착하면 그동안 놓친 수익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영업 효율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카스와 찰랑을 결합한 이른바 ‘카스랑’ 등 소맥 마케팅도 가능해진다.진로·처음처럼 점유율 83.8%…주류업계 판도 흔들지 관심
◇‘카스랑’ 돌풍 일으키나
31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서울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 공문에 따르면 조영조 서울주류도매협회장과 김병훈 오비맥주 부사장 등은 지난달 말 찰랑 출시와 함께 판매 협조 및 지원 조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찰랑은 오비맥주가 지난해 말부터 미국에서 써온 수출용 소주 브랜드이기도 하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를 인수한 뒤 수출용 소주 ‘건배짠’을 말레이시아·싱가포르·대만·캐나다 등에 공급했고, 미국에서는 ‘찰랑(CHALANG)’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해왔다.제품은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오비맥주 제주공장에서 생산한다. 이곳은 과거 제주소주가 ‘푸른밤’을 생산하던 공장이다. 오비맥주는 2024년 9월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뒤 같은 해 12월 흡수합병을 마무리했다.

오비맥주가 인수한 제주소주는 이미 한 차례 국내 소주 시장에서 쓴맛을 봤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2016년 제주소주를 190억원에 인수해 이듬해 ‘푸른밤’을 출시했다. 하지만 참이슬과 처음처럼 등이 장악한 음식점·주점 영업망을 뚫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마트가 4년에 걸쳐 약 570억원을 투입했지만 2017~2020년 누적 영업손실은 434억원에 달했다. 결국 이마트는 2021년 국내 판매를 접었다.
◇기존 브랜드 높은 장벽에 미풍될 수도
오비맥주는 신세계와 여건이 다르다. 카스를 판매해온 전국 음식점·주점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다. 별도 판매망을 새로 구축할 필요 없이 기존 종합주류도매업체와 음식점·주점 거래처에 찰랑을 추가할 수 있다. 출시 전부터 도매업계와 판매와 지원 조건을 조율한 것도 이 영업망을 곧바로 소주 판매로 연결하기 위해서다.다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국내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79만3000㎘로 3년 연속 감소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판매량 기준 점유율을 합치면 83.8%에 달한다. 관건은 ‘맥주 1위의 힘’이 소주에서도 통하느냐다. 찰랑이 카스의 영업망과 소맥 시너지를 앞세워 기존 업체의 점유율을 빼앗으면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지만 줄어드는 시장과 높은 브랜드 장벽을 넘지 못하면 미풍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카스랑 마케팅 역량이 초기 시장 안착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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