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근로시간 관리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와 달리 실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근무시간에 몰입해서 일하는 제도와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졌다. 과거의 관행을 고수하려는 노조 측과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정부의 근로시간 규제가 세지고 있어 기업들도 물러설 수 없다는 분위기다.

국내 한 건설사는 최근 지문 인식기를 도입해 현장 사무직 근로자의 ‘근로시간 뻥튀기’를 적발했다. 지금까지는 본인이 직접 사내 시스템에 근로시간을 입력해 연장근로 수당 등을 신청하는 방식이었는데, 수당이 과도하게 책정된 데다 주 52시간을 넘겼다는 제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해당 근로자는 실제 근로시간보다 수십 시간 더 일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손해액은 1000만원이 넘었다. 이런 근로자가 여러 명 적발되자 회사는 대규모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유연근무제 선도 기업인 삼성전자는 2023년 주력인 반도체 부문에서 위기감이 고조된 이후 엄격한 근태 관리로 선회했다. 화상회의를 할 때도 노트북 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를 사용해 회의에 집중하는지 확인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사업장을 벗어나려면 사원증을 찍도록 해 담배타임이나 커피타임을 위한 출입 기록도 남기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공장을 벗어나는 임직원의 인적 사항을 기록하는 절차를 도입하려다가 노조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정보기술(IT)·플랫폼 업계는 코로나19 당시 대거 도입한 재택근무제 등을 줄이고 있다. 네이버는 내년부터 주 3회 이상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한다. 기존에는 월 4회만 대면근무하면 되는 ‘완전재택 제도’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출근을 의무화한 것이다. 당근마켓도 지난해 10월 재택근무를 전면 폐지했다. 우아한형제들도 근무자 자율 선택제를 폐지하고 지난해부터 주 2회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했다. 2028년 서울 잠실 신사옥 이전 뒤에는 주 3회로 늘릴 예정이다.코로나19 당시만 해도 재택근무는 인재 확보를 위한 필수 제도였다. 다른 기업이 주 2~3회 재택을 내걸면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인력 확보 경쟁이 한풀 꺾이고 경기 둔화와 인공지능(AI) 전환 등으로 생산성 압박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실제 업무 효율과 협업 속도를 따지기 시작하면서다.
시간당 생산성도 문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5.2달러에 그쳤다. 주요 7개국(G7) 평균(80.2달러)의 68.8% 수준이다. 미국(100.1달러), 독일(91.2달러), 프랑스(82.9달러), 영국(77.3달러), 캐나다(70.3달러), 일본(59.4달러) 등 G7 모든 국가가 한국보다 높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성은 그대로인데 근로시간만 줄이면 기업은 일하는 시간의 밀도를 관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곽용희/노유정/정상원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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