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대응기금이 아니라 미래소멸기금에 불과합니다.”
"경제부총리께서 청년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해까지 ‘한솥밥’을 먹던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예산처가 주도해 신설하는 162조원 이상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놓고 재경부 공무원들이 내부 게시판과 ‘복도 통신’을 통해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예산실 출신 OB(전직 관료)도 비판에 가세했다.
세수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는 기금 조성이 아닌 적자국채 상환에 먼저 써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추가세수라는 개념을 만들어 불어난 세수를 별도 기금에 쌓아 정부가 재량껏 쓰는 것은 재정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경부 익명 게시판인 ‘공감소통’에는 지난달 28일 ‘진짜 미래대응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미래대응기금을 겨냥해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과 달리 재정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예산처는 내년도 내국세 세입예산에서 최근 10년간 증가 추세 등을 반영해 산출한 기준액을 웃도는 ‘추가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전입하기로 했다. 기금은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 등에 투입한다.
작성자는 추가세수 개념부터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미래대응기금이 10년 추세선 등 임의적 기준을 세우고 ‘추가세수’라는 작위적 개념까지 만들어 호황기의 세금을 걷어 적립하겠다는 발상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재정 규율(재정건전화, 세계잉여금 처리 절차)을 우회하고 국회 통제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사업 지출액을 30% 범위에서 국회 재심의 없이 자체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점을 겨냥한 것이다.
국가채무를 먼저 갚아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금융·재정학적 관점에서도 최적의 국가재정 운용은 선 채무상환, 필요시 추가경정예산 및 국채 재발행”이라며 “어떻게 쓸까부터 궁리하는 기금은 미래대응기금이 아니라 ‘미래소멸기금’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국채 발행과 상환, 국가재정법상 세계잉여금 처리 규율은 경제부총리의 고유 권한이자 책무”라며 “우리 경제의 대차대조표가 훼손되는 상황을 방기하지 말아달라”고 썼다
다른 공무원은 이 게시글 댓글을 통해 “미래세대를 차주로 대출 당겨 쓰는 느낌입니다. 상환은 물론 미래세대 몫, 국가 빚 갚는 게 바보짓이라뇨”라고 적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늘어난 세수로 국가채무를 갚는 방안을 놓고 “국가 부채를 갚자는 것도 바보 같은 짓”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공무원은 “예산처가 ‘추가세수’ 개념을 만든 것은 금융위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처럼 큰 상흔을 남길 것”이라고 했다. “우리 부가 안 만들어서 천만다행 아닙니까”라는 글도 나왔다.
전직 예산 관료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예산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재경부 관계자는 “거시경제를 보는 입장에서는 세수가 잘 걷히고 환율 등 거시 여건이 안정돼 있을 때 빚을 갚아 재정을 튼튼하게 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며 “이를 기금으로 써버리면 나중에 결국 다시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금 신설로 예산처의 권한이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재경부 관계자는 “예산처는 예산을 편성하는 부처이지 직접 사업을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다”며 “미래대응기금의 사업 범위가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으로 광범위한 만큼 사실상 ‘제2의 일반회계’를 별도로 운용할 수 있는 권한까지 확보하면서 예산처로의 권한 쏠림이 한층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부처 관료 출신인 국민의힘 의원은 “미래대응기금은 당초 재경부에서 못한다고 해서 예산처로 넘어간 사안”이라며 “일반회계에서 돈이 남는다고 별도로 기금을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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