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31일 한국 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일본 언론도 관련 소식을 크게 다루고 있다. 일본에서 이미 교단 해산명령이 확정된 가운데 한국에서도 법인격 취소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통일교가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존립 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1일 요미우리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서울중앙지법이 전날 윤석열 전 정권 측에 금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 총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는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일본에서는 올해 6월 구 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이 확정된 만큼 한국에서의 판결을 교단 전체의 존속 문제와 연결해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일본에서 통일교는 단순한 종교단체 문제가 아니다. 2022년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사건을 계기로 신자들의 고액 헌금 피해와 자민당 정치인들과의 오랜 관계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주요 정치·사회 현안으로 부상했다. 일본 조직이 오랫동안 한국 본부의 핵심 자금원 역할을 해왔다는 점도 한 총재 판결에 일본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일본 교단의 해산은 한국 본부의 자금 사정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고등법원 결정에 따르면 2018~2022년 일본 교단의 해외 송금액은 연간 약 83억~179억엔에 달했고 이 가운데 90% 이상이 한국으로 보내졌다.
일본 내 법인격이 사라지면서 이 같은 자금 흐름은 사실상 막히게 됐다. 요미우리신문은 통일교 관련 단체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의 6층짜리 빌딩을 약 1627억원에 매각한 점을 들어 일본발 송금 중단으로 자금 부족에 빠졌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단의 절대적 지도자인 한 총재에게 실형 판결까지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은 한 총재가 교단 간부와 공모해 2022년 대통령선거 전 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인 권성동 전 의원에게 현금 1억원을 건넨 것으로 판단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에는 교단 사업에 대한 편의를 요구하며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과 목걸이 등을 제공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법원은 일련의 행위에 대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목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통일교 해산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종교단체의 조직적·체계적 정치 개입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에서는 종교재단에 대한 해산명령 청구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한 뒤 해산명령을 포함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다만 당장 조직이 와해할 정도로 자금력이 약화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통일교 관련 단체가 한국과 미국에서 여전히 다수의 기업을 운영하고 학교법인과 병원 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신자들의 결속도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달 30일 경기 가평군 통일교 시설에서 열린 대규모 행사에 세계 각국의 신자들이 모였으며 특히 일본인 신자가 많이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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