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01일 15: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3년 만에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투자를 재개하며 베팅한 서울 무교동 ‘더익스체인지서울(TES)’ 재개발이 본궤도에 올랐다. 2450억원에 사들인 노후 오피스를 재개발해 약 1조원 규모의 프라임 오피스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다. 투자 당시 주요 위험으로 꼽힌 인허가 불확실성까지 상당 부분 걷히면서 광화문 ‘그랑서울’을 잇는 투자 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중구 무교동 45 일대 ‘무교다동구역 및 무교다동구역 4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계획 변경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코람코자산운용이 2024년 10월 TES 소유권을 넘겨받은 지 약 1년10개월 만이다. 코람코는 후속 절차를 거쳐 2027년 하반기 기존 건물 철거에 들어가 2028년 1분기 착공, 2031년 1분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TES는 서울시청과 청계천 사이 무교동에 자리 잡은 1980년 준공된 오피스다. 현재 지하 3층~지상 15층, 연면적 약 2만9500㎡ 규모인 건물을 허물고 지하 7층~지상 24층, 연면적 약 6만4000㎡ 규모의 프라임급 업무시설을 새로 짓는다. 연면적이 두 배 이상으로 커진다. 최고 높이는 126m다. 대규모 개방형 녹지와 인근 다동근린공원을 잇는 광장을 조성하고 지하 1층에는 미술관, 지상 5층에는 벤처기업집적시설도 넣는다.
국민연금은 2024년 4월 코람코가 설정한 펀드를 통해 TES 개발 사업에 투자했다. 코람코는 GS건설, 부동산 개발회사 시티코어와 컨소시엄을 꾸려 같은 해 10월 기존 소유주로부터 건물을 2450억원에 인수했다. GS건설이 시공을, 시티코어가 개발 및 프로젝트관리(PM)를 맡는다. 처음부터 기존 건물을 장기간 운용하는 대신 철거 후 신축하는 것을 전제로 짜인 투자다.
국민연금으로선 국내 부동산 투자 전략의 변화를 알린 상징적인 거래였다. 한동안 해외 부동산에 투자의 무게를 두며 국내 신규 프로젝트 투자를 사실상 멈췄던 국민연금은 TES를 계기로 약 3년 만에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투자에 복귀했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내는 완성형 건물을 사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노후 오피스를 직접 재개발해 가치를 끌어올리는 ‘밸류애드’ 전략을 택했다.
개발에 성공하면 자산의 몸값도 크게 뛸 전망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TES가 신축 프라임 오피스로 준공되면 자산가치가 9000억원대 후반, 약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계산하면 2450억원에 인수한 건물의 가치가 네 배 가까이 커지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 투입할 공사비와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면 이를 곧바로 투자차익으로 볼 수는 없다. TES 인수 이후 서울 도심권역(CBD) 우량 오피스가 3.3㎡당 3000만원대 중후반에서 4000만원을 넘는 가격에 잇달아 거래된 점도 개발 사업에는 우호적이다.
코람코도 TES를 서울 도심을 대표하는 ‘트로피 에셋’으로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임직원이 미국 뉴욕 등 해외 주요 도시의 최신 오피스와 복합시설을 직접 둘러보며 공간 구성과 임차인 편의시설 등을 벤치마킹했다. 글로벌 기업이 선호하는 업무환경과 문화·상업시설을 갖춘 최고급 오피스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연금과 코람코는 광화문 일대에서 이미 비슷한 성공 경험을 갖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선매입 리츠를 통해 2014년 약 1조2000억원에 인수한 ‘그랑서울’이다. 국민연금이 1조원 이상을 투자한 이 건물의 최근 평가가치는 2조원대 중반으로 올라 인수가보다 1조원 이상 높아졌다. 최근에는 저층부 상업시설을 신세계프라퍼티의 ‘스타필드 애비뉴 그랑서울’로 전면 개편하고 오피스 공용부와 입주사 편의시설까지 손보며 자산가치를 추가로 끌어올렸다. 업계에서 TES가 그랑서울을 잇는 국민연금·코람코의 대표적인 국내 부동산 투자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남은 변수는 후속 인허가와 기존 임차인 명도 문제다. 현재 건물 지하 식음료 매장 등 일부 임차인이 영업하고 있지만 코람코는 실제 철거 시점에는 명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람코 관계자는 “인수 당시부터 재개발을 전제로 한 사업이라는 점을 임차인에게 꾸준히 설명했고 명도에 대해서도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철거에 들어가는 시점에는 문제가 없도록 임차인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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