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국 국채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일에도 미국과 일본, 유럽 주요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했다.
정부 부채 증가라는 원인을 공유하고 있지만 상황은 각기 다르다. 인공지능(AI)산업을 중심으로 강력한 성장이 나타나고 있는 미국은 전체 경제 규모 확대를 통한 부채 비율 감축 등 희망이 남아 있다. 일본은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30년 만의 인플레이션으로 빚의 상대적 크기를 줄일 수 있다. 반면 저성장과 높은 복지 부담을 함께 떠안고 있는 유럽의 전망은 암울하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도 일본 국채에 매도 압력을 더하고 있다.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연 4.75%를 넘어서며 지난해 1월 이후 19개월 만의 최고치를 썼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지난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물가 억제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며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주요국 국채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19%를 넘어서며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0년대 초반 남유럽 재정위기 악몽이 서부 유럽까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발 다가가면 사정은 국가마다 다르다. 미국 순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99%로 다른 선진국 대비 나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확장 정책으로 부채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세수 역시 늘어날 여지가 크다. AI 투자를 중심으로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베선트 장관도 국채 금리 상승 우려는 탄탄한 미국 경제와 재정 전망을 간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채권시장 혼란이 어디에 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중요한 점은 우리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채에 대한 세계 투자자의 수요가 여전한 것도 강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정치권이 재정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부채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부채 비율이 GDP의 250%에 육박하는 일본은 고령화가 가장 큰 문제다. 의료비와 연금 지출은 해마다 늘어나는 반면 이를 부담할 생산연령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하지만 높아지는 물가가 일본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제로 금리 시기에 쌓인 정부 부채의 실질 가치가 낮아지고 있어서다. 특히 일본 경제는 대외 지급 능력과 국내 자금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외국 자금이 빠져나가더라도 국채 금리가 급등하거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그만큼 작다는 의미다.
반면 유럽의 상황은 여러모로 암울하다. 프랑스(108%)와 이탈리아(128%) 등 대부분 국가의 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선 가운데 미국의 성장성도, 일본의 자금 기반도 갖추고 있지 않다. 낮은 경제성장률로 세수 증가를 기대하기 힘든 가운데 두터운 복지제도에 따른 조세 부담은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시장의 시선은 다음달 초 제출될 프랑스 2027년 예산안에 쏠려 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정부가 부채 증가를 멈출 재정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면 시장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유럽 각국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명현 기자/도쿄=최만수 특파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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