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대신 이걸로 주세요" 확 바꼈다…직장인 난리 난 이유 [김대영의 노무스쿨]

입력 2026-09-02 21:12   수정 2026-09-02 21:28

"돈 대신 이걸로 주세요" 확 바꼈다…직장인 난리 난 이유 [김대영의 노무스쿨]

실리콘밸리 기술기업과 개발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주식 보상'이 직군과 업종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영업·마케팅 등 테크 분야 외 직군으로도 보상 대상이 넓어졌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식 보상 비중도 4년 만에 두 배 넘게 커졌다. 국내에선 주식 지급 방식을 놓고 노사가 충돌하는 등 제도 안착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2일 한경닷컴이 글로벌 인사관리 플랫폼 딜을 통해 최근 4년간 약 100개국에서 주식 보상을 받은 직원 약 8000명을 살펴본 결과다. 딜의 경제연구 조직 '딜 웍스' 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최종 분석 표본은 약 9000명이었다. 지역·직군별 분석은 2022년 1월1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이뤄진 근로계약 당사자를 대상으로 했다. 올해 수치는 상반기 기준이다.

주식 보상의 경우 인공지능(AI) 기업들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딜을 통한 전체 주식 보상 수령자 가운데 약 30%가 AI 기업에서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딜 플랫폼 전체에서 AI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딜은 기업들에 주식 보상 관리 서비스 '딜 에퀴티'를 지원하고 있다.

주식 보상은 주로 입사 초기에 이뤄졌다. 첫 지급 시점은 입사 후 3개월 이내에 몰렸지만 일부 직원은 1~2년 뒤 처음 받기도 했다. 전체 직원 중 67.5%는 한 차례만 주식 보상을 받았다. 다만 4년 이상 근무한 직원만 놓고 볼 경우 주식 보상을 한 번만 받은 비율이 22.7%로 낮아졌다. 오래 근무할수록 추가로 주식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주식 보상 증가세가 가파르게 나타났다. 기업이 현지 법인 없이 해외 직원을 채용할 때 딜이 법적 고용주 역할을 맡는 기록상 고용주(EOR) 서비스를 통해 입사한 직원을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다. 이들에게 지급된 전체 주식 보상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비중은 2022년 4%에서 올 상반기 10%로 뛰었다. 반면, 유럽·중동·아프리카 비중은 2023년 69%에서 상반기 59%로 낮아졌다.

실제로 주식 보상을 받은 아시아·태평양 신규 입사자 비율도 2023년 6.5%에서 올 상반기 16.7%로 약 2.6배 상승했다. 중남미는 같은 기간 12.7%에서 18.5%로 높아졌다. 북미와 다른 지역 간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게 딜의 분석이다.

물론 미국은 여전히 주식 보상을 주도하는 국가로 꼽힌다. '딜 에퀴티'를 이용하는 미국 기업의 경우 그간 근무한 직원 100명 중 평균 45명에게 주식을 지급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AI 기업은 평균 49.8%에 이르는 직원에게 주식을 줬다. 영국 AI 기업은 31.7%로 미국보다 18.1%포인트 낮았다.

직군의 경계도 허물어졌다. EOR 직원에게 지급된 전체 주식 보상에서 영업직이 차지한 비중은 2023년 18%에서 올 상반기 27%로 확대됐다. 신규 입사자 중 주식 보상을 받은 비율은 엔지니어가 약 29%로 제자리였지만 영업직은 24%에서 27%, 고객지원·관리 직군은 15%에서 20%로 뛰었다.

딜 에퀴티 이용기업을 기준으로 전체 직원 가운데 주식 보상을 받은 인원 비율의 평균값을 국가별로 구분한 결과에선 이스라엘이 45.6%로 가장 높았다. 이어 미국(45.2%), 독일(40.5%), 스위스(37.7%), 캐나다(37.6%), 영국(32.9%) 프랑스(28.2%), 네덜란드(26.7%), 스웨덴(23.7%) 순이었다.

전 세계적 흐름과 달리 국내에선 주식 보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SK하이닉스 전임직(생산직) 노조는 초과이익분배금(PS) 중 40%를 현금으로,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지난달 25표 차로 부결시켰다. 시행 첫해엔 당해 지급되는 자사주 40%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어 최대 80%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데도 구성원 절반 이상이 반대표를 던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에서도 삼성의 노사분규 이후 주식 보상과 관련해 대기업 중심으로 도입 요구가 있다"며 "테크 직군에만 있던 주식 보상이 일반화되고 있고 미국 중심에서 전 세계적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딜은 "주식 보상은 서서히 세계화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보다 더 많은 국가와 산업, 직군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AI와 기술산업에서 창출되는 경제적 이익이 궁극적으로 얼마나 폭넓게 공유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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