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UBS 등 21개 금융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1일(현지시간) “내년 상반기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시장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움직이는 디지털 달러다. 가치가 ‘1코인=1달러’가 되도록 설계된다. 대표적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의 ‘USDT’와 서클의 ‘USDC’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할 전망이다.
컨소시엄은 발행 목적으로 “국경 간 결제와 디지털자산 결제 등 도매·기관·리테일 시장을 겨냥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가상자산 전문 기업에 넘어간 디지털 달러 발행·결제 시장을 되찾기 위한 은행의 반격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중동·阿 간판 금융사도 참여…고객·외환·결제망 한꺼번에 연결
하지만 지난해부터 미국 정부가 암호화폐 제도화에 나서며 스테이블코인 활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형 금융사는 그간 쌓은 공신력을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 금융사도 참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요 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참여사가 확정된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안다”며 “컨소시엄 참여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현재 ‘거래 목적’의 스테이블코인 지급결제액은 연 환산 3900억달러 수준으로 세계 시장의 0.02%에 그친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의회가 관련 법 제정을 통해 제도권에 편입하려고 할 정도로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 씨티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유통잔액은 2030년 1조9000억달러(약 2595조원)로 불어날 전망이다.
금융사에 스테이블코인은 놓쳐선 안 될 시장으로 평가된다. 우선 고객이 예금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면 은행의 자금 조달 기반 자체가 약해진다. 기존 외환 송금망과 카드 결제망 일부도 우회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과정에서 받은 통화(달러)를 단기 국채 등에 투자해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도 매력으로 평가된다.
21개 금융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면서 이들의 기업 고객, 자산운용 고객, 외환·결제망을 한꺼번에 연결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단순히 코인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계 은행권 공통의 결제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컨소시엄이 내부에서 쓰는 ‘폐쇄형’ 블록체인에 머무르지 않고 ‘오픈형’을 사용하기로 한 것도 주목할 만한 점으로 꼽힌다. 금융이 가상자산 생태계와 직접 연결되는 통로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기술보다 유통망과 신뢰,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하다”며 “글로벌 연합은 활용도를 높이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도권을 쥐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럽 중심의 37개 금융사 연합 ‘키발리스’는 이르면 연말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계획이다. 중국 등 각국 중앙은행은 자체적으로 통화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민간 금융사의 스테이블코인은 견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민간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통화 정책과 금융 안정성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뉴욕=황정수 특파원/조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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