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관세담판 직전, 트럼프 마음 움직인 비책은

입력 2026-09-02 18:22  

미국과 일본 간 관세협상의 막전막후가 일본 수석협상가이던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이 쓴 책을 통해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담판부터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의 물밑 협상, 1차 합의 재협상에 나선 과정까지 상세히 담겼다.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이 지난달 21일 펴낸 <트럼프 관세-교섭의 기록>에서다. 현역 고위 관료가 재임 시절 이슈의 내막을 공개한 건 일본에서도 이례적이다.

협상은 지난해 3월 일본 자동차업계에 미국이 25%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하며 시작됐다. 일본 자동차업계에서는 관세로 “1시간에 1억엔, 하루 20억엔 이상” 손실이 발생한다며 정부에 대책을 주문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농산물 관세를 추가로 낮추는 대신 대미 투자를 확대하는 ‘관세보다 투자’ 전략을 세웠다. 미국 내 생산과 고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은 이와 별도로 러트닉 장관과 친분을 쌓는 데 주력했다. 그의 자택으로 찾아가 당초 30분으로 예정된 면담을 90분까지 연장하며 협상을 벌였다. 러트닉 장관의 휴가 기간에도 전화를 걸어 매달렸다.

막판에는 미국산 쌀 수입 확대 카드도 준비했다.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은 이를 “마지막 비책”이라고 표현했다. 이시바 시게루 당시 총리는 물론 농업 이권을 대변하는 자민당 내 인사들의 승인까지 받아가며 미국에 제안할 내용을 다듬었다.

최종 협상은 지난해 7월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에게 손을 내밀며 “거래 성립(You have a deal!)”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 규모를 투자하는 대신 자동차를 포함한 미국의 대일 관세를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일본 자동차·부품에 적용되는 관세는 27.5%에서 15%로 낮아졌다.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은 이를 일본 자동차업계 출혈을 멈추기 위한 “지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책에서 “일본이 제시한 대규모 대미 투자 방식이 이후 유럽연합(EU)과 한국의 대미 관세협상에 참고 사례가 됐다”고 밝혔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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