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국채 큰손 日, 해외국채 매도 나서자…채권시장 '긴장'

입력 2026-09-02 19:39   수정 2026-09-02 20:04


미국채의 최대 큰손이자 세계 최대의 대외채권 보유국인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국채 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의 해외 국채 매도가 최근 글로벌 채권 시장 매도세를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올들어 지난 달 22일까지 해외 채권을 순매도하여 3조 엔(약 26조원)을 순유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글로벌 채권 가격 폭락 이후로 연초 대비 최대 규모의 자금유출이다.

이와 함께 JP모건자산운용이 이 날 발표한 일본 기업연기금 82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순지분율 기준으로 국내 채권 보유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 2008년 설문조사 시작 이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시드니와 런던, 싱가포르의 채권 딜러와 자산운용사들도 일본의 채권 수요가 줄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미국채 약 1조2천억달러를 포함, 프랑스, 영국, 독일, 호주 등 주요국가의 국채를 약 2조 4천억달러(약 3,277조원) 가량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대외채권 보유국이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채권 자금 공급원이었던 일본 투자자들의 국채 투자 흐름이 매도로 바뀌는 것은 글로벌 국채 가격을 떨어뜨리는(=국채 수익률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 된다.

최근 글로벌 채권 시장의 폭락세가 심화된 것도 일본투자자들이 해외 보유 국채를 매도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아직까지는 일본 국채에서도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이들 자금이 들어온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그러나 10년물 일본 국채가 3%라는 수익률에 도달함에 따라 장기투자자금의 경우 일본 자산에 대한 투자의 매력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도쿄에 있는 심플렉스 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인 토시노부 치바는 최근 “미국 국채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고 있어 최근 10년물 일본 국채를 매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국채가 3%의 수익률이라면, 장기투자자로서는 미국에서 자금을 빼내 일본에 다시 가져오는 것이 자연스럽게 됐다”고 말했다.

높은 환헤지 비용도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 보유를 지속적으로 줄이게 하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전에는 일본이 최대 외국 채권 보유국이었던 호주 국채시장에서도 일본 투자자들의 매수가 줄고 있다.

씨티은행 호주·뉴질랜드 시장 영업 책임자인 라이언 엘리스는 "올해 일본 투자자들은 매수보다는 기존 투자 비중의 유지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호주의 금리 인상으로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자 일본 투자자들이 수년만에 처음 자국으로 돌아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7월 일본이 정부연금투자펀드(GPF)의 투자 대상을 국내 자산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시사하자 전 세계 채권 시장이 요동쳤다.

일본의 GPF는 약 1조8천억달러(약 2,460조원) 로 노르웨이 국부펀드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GPF가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일본의 기관 투자자들도 일본내 투자 기회를 재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 미즈호 은행의 수석 전략가인 나카지마 마사유키는 보고서에서 "일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환율 헤지 기준으로 국내 채권의 상대적 매력도가 향상돼 해외 자산에서 일본 채권으로의 자금 이동이 촉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화요일에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를 기록했으며, 지난 2년 동안 세 배 이상 상승했다. 채권 수익률 상승은 기존 보유자에게는 손해지만 새로 매수하는 투자자에게는 싼 가격에 장기보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약 1%포인트 상승했고, 두 수익률 간의 격차는 100bp 이상 좁아졌다.

런던 세인트 제임스 플레이스의 최고 투자 책임자인 저스틴 오누에쿠시는 "궁극적으로 일본 국채와 미국 등 다른 나라 국채의 수익률 격차가 더 좁아졌다는 사실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외 포지션의 해소가 엔화 외환 환율 변동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 일본의 금리 정책이 아직 불확실한 것도 일본 자산에 대한 매수가 본격화되지 않는 요인이다.

일본 국채 수요가 경향적으로 늘 것이라는 전망에도 일본 국채 매수가 아직 살아나지 않는 것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규모 재정 지출 추진에 대한 의구심때문이다.

가타야마 사츠키 재무장관은 이 날 10년물 일본국채의 3% 임계치 도달에 대한 언급을 거부하면서 정부의 예산 요청 수준이 합리적이라고만 밝혔다.

로이터는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해 온 주요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포지션이 순식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고 환율 위험으로 환헤지가 부담스러운 현 상황에서는 일본 투자자들이 국내 투자에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도쿄 소재 스테이트 스트리트 투자운용의 수석 채권 전략가인 마사히코 루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엔화 자금의 귀환이 아니라 일본이 해외 국채의 주요 매수국이라는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저축 자산을 보유한 일본의 추가 수요 감소가 전 세계적으로 장기채 기간 프리미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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