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접고 일본 떠나야 하나"…한국인 사장님 '날벼락' [도쿄나우]

입력 2026-09-02 08:03   수정 2026-09-02 08:23



"신오쿠보에서 장사하고 싶다면 자본금 2억5000만원과 일본어 회화 능력 필요합니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대상 ‘경영·관리’ 재류자격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일본에서 음식점과 소매점을 운영하는 한국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도쿄 신오쿠보 등 한인 상권에서도 추가 자본금 마련이나 체류자격 변경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국인 경영자들의 일본 이탈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 통계를 분석한 결과, 재류자격 ‘경영·관리’로 일본에서 기업이나 음식점 등을 운영하다 재입국 절차 없이 출국한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 953명으로 전년 동기의 3.9배에 달했다.

한국인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자본금 요건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경영·관리’ 재류자격 취득을 위한 법인 자본금 기준을 기존 500만엔에서 3000만엔으로 6배 높였다. 여기에 △3년 이상의 경영·관리 경험 또는 석사 이상 학위 △상근 직원 고용 △일정 수준의 일본어 능력 등도 새롭게 요구하고 있다.

신오쿠보 등에서 소규모 한식당이나 소매점을 운영하는 한국인 사업자 가운데 이 재류자격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자본금 3000만엔을 추가로 맞추기 어려운 영세 사업자는 폐업이나 사업 축소, 다른 체류자격으로의 전환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규제 강화 효과는 신규 신청에서 이미 뚜렷하다. 출입국재류관리청에 따르면 제도 강화 이후 5개월간 ‘경영·관리’ 재류자격 신청 건수는 직전 5개월보다 약 96% 감소했다. 출국자까지 급증하면서 제도 개편이 신규 외국인 창업뿐 아니라 기존 사업자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규제에 나선 것은 ‘경영·관리’ 비자 보유자가 빠르게 늘면서 제도가 사실상 이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관련 재류자는 지난해 말 4만6781명으로 5년 전보다 1.7배 늘었다. 일본 정부는 심사 과정에서 실제 사업 실체가 없는 사례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화된 자본금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일본에서 설립된 법인 14만3367개 가운데 자본금이 3000만엔 이상인 기업은 1491개로 전체의 1%에 불과했다.
외국인 사업자의 폐업이 늘면 일본 지역경제에도 영향이 번질 수 있다. 신오쿠보 같은 외국인 상권은 물론 외국인 음식점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도매업체와 점포를 임대해준 부동산업체 등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일본 정부는 기존 체류자에 대해서는 2028년 10월까지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사업 여부에 대한 심사도 과거보다 엄격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소규모 자영업자의 일본 이탈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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