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옥시아의 미래 전략에 SK하이닉스가 들어간다면 우리는 언제든 파트너가 될 생각이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일 일본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키옥시아와의 공동생산을 “하나의 선택지”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키옥시아는 많은 강점을 가진 회사”라며 공동생산뿐 아니라 연구개발, 공급망 공유 등 다양한 방식의 협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키옥시아가 미국 샌디스크와 합작해 주력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를 언급하며 “키옥시아의 미래 전략에 SK하이닉스가 들어간다면 우리는 언제든 파트너가 될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으로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가능성으로 제시했다.
다만 협력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투자 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최 회장은 “더 이상 어떤 협력관계도 구축할 수 없다면 키옥시아에 대한 투자를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일본 투자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는 배경에는 AI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있다.
최 회장은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반도체가 현재 “20~30%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국 내 투자만으로는 공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일본을 유력한 해외 생산거점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투자환경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내놨다. 반도체 제조장비와 소재·부품 업체가 밀집해 있고 제조업 기반도 탄탄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최 회장은 “리스크와 문화 측면에서 봐도 매우 매력적인 후보지”라고 말했다. 일본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공장 유치 제안을 받고 있으며, 연내 구체적인 투자 방침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일본은 반도체 생태계가 갖춰져 있어 충분히 훌륭한 후보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SK그룹은 일본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의 인수합병(M&A)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생산거점 확보를 넘어 일본 반도체 생태계와의 결합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키옥시아와 SK하이닉스의 협력은 글로벌 낸드 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낸드 출하량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5%로 1위, SK하이닉스가 22%로 2위, 키옥시아가 14%로 3위였다.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를 합치면 삼성전자를 웃도는 규모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의 단순한 경쟁사가 아니라 사실상 최대주주에 가까운 이해관계자다. 키옥시아의 현재 최대주주는 특수목적회사(SPC)로, 지난 8월 도시바를 제치고 지분 14.1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SK하이닉스는 이 SPC의 의결권 대부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다. 전환이 이뤄지면 SPC를 통해 키옥시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키옥시아와의 기존 합의에 따라 2028년까지 키옥시아의 동의 없이 직접 또는 간접 의결권을 15% 이상 보유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를 키옥시아의 ‘사실상 대주주’로 평가한다. 양사가 낸드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으면서도 공동생산이나 연구개발, 공장 투자까지 논의할 수 있는 배경에도 이 같은 자본 관계가 깔려 있다.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도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을 제안해왔다. 미·중 갈등과 보호주의로 글로벌 공급망이 분절되는 상황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일이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낸드를 다루는 기업은 많고 기술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한정돼 있어 업계 재편이 일어날 것”이라며 “키옥시아는 낸드 전업 회사인 만큼 SK에 매력적인 회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키옥시아 측은 SK하이닉스와 MRAM 연구개발 등에서 이미 협업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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