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당도와 프리미엄 이미지로 '귀족 과일' 대명사로 통했던 샤인머스캣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나무가 다 자란 성목화와 작황 호조로 출하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올 가을 이른 추석을 앞두고 물량이 집중될 조짐을 보이면서 도매와 소매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일 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샤인머스캣(L과, 2kg 기준)의 9월 기준 소매가격은 1만6572원으로 집계됐다. 3년 전인 2023년 9월(2만8113원)과 비교하면 41.1% 급락했고, 평년 가격(2만2879원)보다도 27.6% 낮다. 지난달(8월) 소매가격 역시 1만9497원으로 2023년 8월(3만6905원) 대비 반토막(47.2% 하락) 수준에 머물렀다.
출하 물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세는 관측 데이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과일 2026년 8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샤인머스캣 출하량은 나무의 성목화와 작황 호조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8월 가락시장 기준 포도 품종별 출하 비중에서 샤인머스캣은 47.9%를 차지해 전체 포도 출하량의 절반에 육박했다.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도매가격도 수년째 내림세다. 농업관측센터는 서울 가락시장 기준 샤인머스캣(상품, 2kg)의 8월 도매가격을 전년(1만4500원)보다 하락한 1만2000원 내외로 내다봤다. 7월 도매가격 역시 1만8157원으로 2023년 3만3832원에서 2024년 2만4442원, 2025년 2만1687원에 이어 올해까지 매년 하향 곡선을 그렸다.
'명품 포도'로 입지를 다져온 샤인머스캣 가격이지만, 너도나도 '돈 되는' 품종을 재배하면서 수급이 몰리자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역설적 상황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명절 대목을 노린 일부 농가의 미숙과 조기 출하로 당도 저하 등 품질 편차가 발생하면서 소비자 신뢰가 흔들린 점도 소비 위축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추석(9월25일)이 예년보다 일러 9월부터 본격화되는 노지·비가림 재배 물량이 명절 전에 일시에 몰릴 경우 가격이 추가 폭락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최대 주산지인 경상북도는 이날 도내 주요 시군과 농협, 산지유통센터(APC) 관계자들을 소집해 '샤인머스캣 유통 구조 개선 대책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선 미숙과 출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당도 16브릭스(Brix) 이상, 송이 크기 400~1000g 기준을 통과한 상품만 시장에 내놓기로 합의했다. 또 출하 물량이 일시에 몰리지 않도록 저온 저장시설을 활용해 출하 시기를 조절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샤인머스캣은 가격 하락 여파로 대만 등 해외 수출이 늘고 있으나 국내에선 떨어진 소비자 선호도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출하 시기 조절과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상품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명절 대목 이후 산지 농가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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