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장으로 은신처가 노출돼 남편에게 살해당한 30대 여성 유족은 3일 "고인이 블랙박스 기록까지 지우며 필사적으로 숨었으나 주소가 노출되자 공포에 떨며 울었다"며 피해자 보호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유족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인은 자신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며 "가정폭력으로 경찰에 신고하고 접근 금지를 신청했으며 차량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기록까지 지우면서 생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혼 소장을 통해 주소가 노출되자 고인은 너무 무섭다며 울면서 가족에게 전화했다"며 "법적으로는 이혼 소송 전 주소 비공개를 위한 별도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하나, 이혼 소송을 처음 겪는 평범한 사람이 필요한 절차를 찾아 신청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신변 보호 조치의 실효성에도 아쉬움이 남는다"며 "위급한 순간 신고할 수 있는 수단이 있었지만, 피해자의 생명을 온전히 지키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또 유족은 "(사건 발생 전 경찰이 제공한) 임시 거처는 고인의 직장과 아이의 어린이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외출에도 제한이 있었다"며 "기존의 사회생활과 아이와의 일상을 그대로 이어가기에는 어려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가해자에게 낮은 형이 선고돼 사회로 돌아온다면 아이가 성인이 된 이후 안전할 수 있을지 너무나 두렵다"며 "고인이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어 한 아이만큼은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1일 오전 7시17분께 경기 광주시의 한 다세대주택 계단에서 가정폭력을 피해 피신해 있던 고인은 30대인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현직 공무원인 피의자는 고인이 제기한 이혼 소송에서 자신이 불리한 결과를 받을 것으로 생각해 앙심을 품고 이혼 소장에 적힌 주소로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 한경닷컴 기자 2s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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