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급락에 대비해 경매 등에 나온 주택을 대량으로 사들여 공공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준비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집값이 급락할 때 공공이 매수자로 나서면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동시에 공공주택도 늘릴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구상입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실제 경매시장에 어떤 주택이 나오게 될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부로서는 집값 급락기에 주택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확보하면서 공공임대 재고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경매시장 흐름을 보면 공공이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가격에 우량 주택을 대량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가까이 늘었지만 증가분은 지방에 집중됐습니다. 같은 기간 지방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6.5% 증가한 데 비해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은 약 35% 감소했습니다.
서울 경매 물건의 경우 나오더라도 낮은 가격에 낙찰받기 어렵습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101%를 기록했습니다. 감정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렸다는 뜻입니다. 4월 이후 넉 달 연속 낙찰가율이 100%를 웃돌았습니다.
일례로 지난 7월 송파구 문정동 문정시영 아파트에는 40명이 입찰했습니다. 감정가 8억원이던 주택은 13억1200만원에 낙찰돼 낙찰가율이 164%에 달했습니다. 경매라고 해서 강남권이나 서울 주요 지역의 우량 아파트를 헐값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반면 경매 물건이 늘어나는 지역을 보면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경매는 집주인이 자발적으로 내놓는 일반 매매와 달리 주택담보대출이나 사업자대출 등을 갚지 못해 채권자가 담보권을 실행하면서 진행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소득 대비 대출 부담이 큰 차주는 금리가 오르거나 소득이 줄었을 때 상환 부담에 더 취약합니다.
결국 정부가 사들이겠다고 한 주택 가운데 상당수는 높은 원리금을 견디지 못해 소유자가 집을 지키지 못하게 된 물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서울을 놓고 봤을 때 강남권에 있는 집이 경매에 나오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며 "상대적으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 경매가 더 많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집을 잃은 뒤 사들이기보다 지키게 해야 한다는 지점에서 정책의 순서를 따져봐야 한다는 제언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자기자본이 충분한 고가주택 보유자보다 소득 대비 대출 부담이 큰 중저가 주택 보유자가 금리와 경기 충격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매 물건 전체를 서민 주택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는 주택일수록 대출 의존도가 높지만 채무상환 능력이 약해진 실수요자의 물건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공공이 집값 급락기에 최종 매수자로 나서는 정책 자체는 시장의 연쇄적인 가격 하락을 막는 안전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가격의 안전판과 채무자의 안전망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집을 사들이는 정책만으로는 기존 소유자의 자산 상실과 주거 불안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LH에는 한계차주의 주거 지원을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향후 정부가 추진하는 경매주택 대량 매입이 기존 제도와 어떻게 다른지, 원소유자의 계속 거주를 허용할지 등도 제도 설계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매입 대상 기준도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결국 정부가 사들이려는 집이 빚을 견디지 못한 차주의 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주택 확보와 한계 차주의 주거 및 자산 보호 간 균형을 잘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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