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르무즈 파병, 국익 중심에 두고 적극 검토해야

입력 2026-09-04 17:41   수정 2026-09-05 08:00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해협에 국군 파병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기자들과 만나 파병 가능성을 인정하며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실질적 기여는 군사적 기여를 포함한다”며 “전투, 비(非)전투 등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파병에 부정적인 진보 세력이 주요 지지층인 정부가 이를 고민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호르무즈해협의 경제안보적 중요성이다. 우리는 원유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전체 산업의 생명줄인 원유 등 에너지원을 어떻게든 안정적으로 운송할 방안을 확보해야 하는 처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듭된 동맹국 기여 압박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후 수차례 한국의 호르무즈 지원 거부를 공개 거론하며 “기억할 것”이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우리 군 전력의 파병이 현실화하면 미국 요청에 따른 해외 파병은 2004년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견 이후 22년 만이다. 당시 전국 곳곳에서 격렬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던 만큼 이번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월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까지 확대하는 방식으로 국회 동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파병의 명분과 정당성을 설명하고, 떳떳하게 국회 동의를 거쳐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호르무즈해협은 여전히 군사적 긴장이 높은 분쟁 지역이다. 전투 병력 대신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등 비전투 자산을 투입하더라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우리 장병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정세는 갈수록 복잡한 안보 방정식이 되고 있다. 선박 운항 위협이 인근 홍해로까지 확대되고, 중동 국가들과의 외교적 균형과 국제 공조 필요성까지 겹치면서 우리에게 쉽지 않은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파병을 결정한다면 한·미 동맹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로 삼되 파병에 상응하는 실익도 미국에 당당히 요구하고 얻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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