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3억원 무차입 공매도한 글로벌 투자은행…法 "과징금 169억 정당"

입력 2026-09-06 11:16   수정 2026-09-06 11:56


600억원대 규모의 불법 공매도로 한국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 169억원을 부과받은 글로벌 투자은행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공현진)는 UBS(구 크레디트스위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소유하지 않은 주식 약 603억3000만원어치를 무차입 상태로 매도했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타인에게 빌려 매도하고, 주가가 내려가면 저렴하게 매수해서 갚는 투자 방식이다. 그러나 UBS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공매도하는 위법적인 '무차입 공매도'를 이행했다.

UBS가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함에 따라 증선위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UBS에 169억4000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계열사에 부과된 금액까지 합하면 과징금은 총 271억원이었다. 이는 2021년 무차입 공매도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시행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였다.

UBS는 "대여 주식이 아니라 담보로 제공한 주식으로, 소유권이 여전히 크레디트스위스에 남아 있었다"며 공매도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어 "공매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주식을 돌려달라는 중도 상환 요청(리콜)을 통해 결제일까지 주식을 반환받을 수 있었다"며 무차입 공매도는 아니라고 했다.

재판부는 UBS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담보 제공 주식이라는 이유로 주식 소유권이 크레디트스위스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UBS가 주장한 담보는 거래의 목적에 불과할 뿐 소유권은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크레디트스위스가 국내 증권사에 주식을 빌려주며 소유권이 넘어갔고, 이를 돌려받기 전에 매도한 것은 공매도"라고 판시했다. 또, "리콜이 결제일까지 이행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다"라고도 설명했다.

UBS는 과징금 산출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당초 과징금은 338억9000여만원으로 공매도가 UBS와 합병 전에 이뤄진 점을 고려해 169억원대로 감경된 것"이라고 했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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