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식탁 너머의 다른 나라, 브라질

입력 2026-09-06 17:49   수정 2026-09-07 00:51

지난 2월 말 나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 방한 때 소수 한국 기업인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다. 대기업 총수 몇 분과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함께한 자리였는데, 수입업을 하는 내가 초대된 것이 조금은 뜻밖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짐작이 갔다. 나는 오랫동안 브라질에서 축산물을 수입해왔고, 현재 한국수입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브라질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육류가공 및 수출기업인 JBS와는 브라질산뿐 아니라 미국·호주·캐나다산 제품도 거래하고 있다. 그날 룰라 대통령은 양국 간 농축산 협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우리나라에 반도체와 자동차 같은 대표 산업이 있다면, 브라질에는 농업이 국가를 대표하는 핵심 산업이었던 것이다.

몇 달 뒤인 7월에는 이재명 대통령 브라질 국빈방문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우리 대통령이 주최한 양국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는 소수 브라질 핵심 기업들이 초대됐다. 그중 우리 비즈니스 파트너인 JBS를 비롯해 4개사가 농업·식품 기업이었다. 농업 대국답게 브라질에는 세계적인 식량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JBS와 남미 육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미네르바(Minerva), 대형 곡물·식량기업인 아마기(Amaggi) 등이다.

오랫동안 거래해 온 나라이지만 이번에는 브라질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세계 최대 농업 대국이자 ‘세계의 식량창고’로 불리는 브라질의 시선은 자국에만 머물지 않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식량 수입국이었던 브라질은 정부 주도의 장기 전략과 과감한 지원을 바탕으로 농업 강국으로 도약했다. 지금도 정부는 자국 식량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이를 발판으로 브라질 기업들은 세계 곳곳에 생산기지와 물류·유통망을 넓히며 글로벌 농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진 나라가 왜 더 멀리 내다볼까.” 이 질문을 안고 우리 식탁을 떠올렸다. 정부도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늘 노력하지만 모든 먹거리를 우리 땅에서 생산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국내 농업 보호와 수입을 꼭 반대편에 놓아야 할까.

나는 대학 졸업 후 1992년 이 업계에 첫발을 디딛어 1999년 창업한 뒤 지금까지 34년간 현장을 누벼왔다. 그동안 기후변화나 물류 차질 하나가 우리 식탁을 흔드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았다. 문제가 생긴 뒤 급하게 수입의 문을 여는 것보다 평소 농업 강국들과 신뢰를 쌓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만들어두는 것이 훨씬 든든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반도체와 정보기술(IT) 같은 기간산업이 중요하듯 식량도 마찬가지다. 브라질이 농업 대국이 된 것도 자연환경만의 힘은 아니었다. 우리 농업을 튼튼히 키우는 동시에 부족한 식량은 세계 농업 강국과 협력해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 이는 어느 하나를 포기하는 선택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길이다. 장벽을 높이기보다 서로를 잇는 튼튼한 다리를 놓는 것이 우리 농업과 식탁을 함께 지키는 길임을 브라질에서 다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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