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수출이 248일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 세계 네 번째로 ‘1조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은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국으로 떠오른 덕분이다. AI 가동에 필수적인 반도체와 컴퓨터·주변기기 등이 폭발적인 수출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해보다 117일 빠른 속도로 수출 기록을 쓰고 있다. 현지 빅테크가 K반도체를 앞다퉈 사들인 결과 지난해 역성장한 미국과 중국 수출도 각각 57%, 76% 급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X(옛 트위터)를 통해 “이종욱 관세청장 보고에 따르면 현재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12월 초쯤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때 한국은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연간 수출 1조달러를 달성한 나라가 된다.

지역별로는 전쟁 여파가 이어진 중동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수출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특히 지난해 감소세를 보인 국가의 반등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0.5% 감소한 홍콩 수출은 올해 171% 급증해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홍콩은 항만 인프라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와 제3국을 잇는 중개무역항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중국의 대표적 전자산업 거점인 선전과 맞닿아 있어 국내 기업의 우회 수출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미국 일본 등 주요 교역국 수출도 일제히 전년도 부진을 털어내고 증가세로 돌아섰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40.6%를 차지하며 수출 1조달러 달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반도체 수출액(2812억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배 늘었다. AI 서버용 저장장치(SSD) 등 컴퓨터·주변기기(336억달러)도 3.6배 급증했다.
석유제품, 철강제품, 무선통신기기, 정밀기기 등이 반등했고 가전제품도 감소폭이 줄었다. 다만 2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관세 장벽과 글로벌 수요 둔화 여파로 올해도 각각 4.4%, 7.3% 감소하며 고전했다.
수출 업무를 관장하는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K소비재 수출로 대중 무역적자를 만회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8월 화장품·식품·패션·의약품·생활용품 등 5대 소비재 수출액은 335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4.7% 증가했다. 대중국 소비재 수출은 8.5% 늘어난 40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소비자의 ‘궈차오’(애국 소비) 영향 등으로 화장품 수출액(12억달러)이 3.6% 줄었지만 라면·음료 등 농수산식품(13억달러)이 15.0%, 패션의류(5억달러)가 30.7% 급증한 덕분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김 장관이 서울 집무실 벽에 중국 전도를 걸어두고 성(省)별 수출 실적을 직접 챙기고 있다”며 “14억 중국 내수 시장의 빗장을 풀 열쇠는 완제품 소비재라는 계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리안/정희원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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