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위원회 80억, 동물복지원 10억…조직부터 만드는 정부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입력 2026-09-08 08:00  

빛의위원회 80억, 동물복지원 10억…조직부터 만드는 정부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12·3 비상계엄 극복에 기여한 시민을 예우하기 위한 ‘빛의위원회’에 내년 예산 79억원이 투입된다. 빛의위원회를 비롯해 새로 구성하거나 재편한 위원회·추진단·전담기관 8곳에 들어가는 예산은 270억원에 육박한다. 기존 부처가 맡을 수 있는 업무까지 별도 조직을 꾸려 담당하면서 재정 씀씀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정부의 202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빛의위원회와 기본사회위원회, 국민생명안전위원회, 공무직위원회 등 4개 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은 총 171억1500만원이다. 여기에 국민인공지능서비스혁신추진단, 국토공간 대전환 정책 실무추진단, 통합특별시지원단, 동물복지진흥원 설립 준비 예산까지 합치면 주요 신설·재편 조직 8곳에 들어가는 예산은 269억7000만원으로 추산됐다.

올해 출범한 빛의위원회에는 내년 운영 예산으로 78억8200만원이 편성됐다. 주요 업무는 빛의혁명 관련 사료 조사·수집 등이다. 12·3 비상계엄 극복에 기여한 시민을 발굴해 인증서를 수여하고 예우하는 역할도 맡는다.

정부는 시민의 자발적 저항을 국가가 기록하기 위해 별도 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민주주의 수호자’로 인증할지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연 80억원에 가까운 예산부터 편성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신설된 기본사회위원회에도 내년 36억6100만원이 투입된다. 기본사회는 주거와 의료, 돌봄 등 국민 생활에 필요한 기본 서비스를 국가가 보장한다는 현 정부의 핵심 정책 개념이다. 하지만 주거는 국토교통부, 의료와 돌봄은 보건복지부 등 기존 소관 부처가 맡고 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다시 이를 총괄·조정하면서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생명안전위원회에는 내년 32억8200만원이 배정됐다. 산업재해, 자연재난 등 국민 생명과 관련한 정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조정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중앙안전관리위원회와 행정안전부 재난·안전 조직이 이미 운영되고 있어 기능 중복 우려가 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신설한 공무직위원회 운영에는 22억9000만원이 편성됐다. 공무직 근로조건 등을 심의·조정하는 이 위원회는 예산안 사업 내용을 ‘공무직위원회 운영경비’로만 명시했다. 구체적인 지출 내역은 담기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26일 신설한 국민인공지능(AI)서비스혁신추진단에는 내년 67억6900만원이 투입된다. 61명 규모로 AI를 활용한 대국민 서비스를 직접 기획·개발한다. AI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실 등이 있다. 여기에 별도 추진단까지 꾸린 만큼 기존 조직과의 역할 분담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설립을 추진하는 동물복지진흥원 준비 예산으로 10억300만원을 편성했다. 설립 근거법과 정원조차 확정되지 않았지만 사무실 임차료 등 준비 예산부터 반영했다. 농식품부 등은 동물보호·복지 업무를 맡고 있어 기능 조정보다 기관 신설부터 추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책 현안이 생길 때마다 만들어진 조직이 사실상 상설기구로 굳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는 새 조직이 기존 부처·공공기관과 어떤 차별화된 기능을 수행하는지, 존속 기한과 성과 목표가 명확한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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