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이하 찾아요"…서울 외곽 아파트로 눈 돌린 실수요자

입력 2026-09-07 09:14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으로 주택 구매 부담이 커지면서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절반 이상이 9억원 이하였고 성북·중랑 등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은 거래 감소폭도 상대적으로 작았다.

7일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가운데 9억원 이하 주택이 차지한 비중은 54.3%로 집계됐다. 지난 1월 47.1%에서 7.2%포인트 높아졌다.

가격대가 낮을수록 거래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도 나타났다. 3억~6억원 아파트 거래 비중은 1월 16.97%에서 지난달 21.32%로 4.35%포인트 늘었다. 3억원 이하 역시 같은 기간 3.39%에서 5.12%로 확대됐다.

반면 중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줄었다. 9억~15억원 구간은 1월 31.8%에서 지난달 26.6%로 낮아졌다.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도 21.07%에서 19.08%로 감소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금 조달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가격대로 실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가운데 강남·서초·송파구를 제외한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90.9%로 높아졌다. 지난 1월 87.1%에서 3.8%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반면 강남 3구 거래 비중은 1월 12.9%에서 4월 15.2%, 5월 16.1%까지 높아졌다가 지난달 9.1%로 떨어져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성북구와 중랑구 등에서는 거래 감소세가 완만했다.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임대차 매물이 부족한 가운데 대출을 활용해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의 실수요가 상대적으로 덜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대출 규제 강화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된 데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지역 담보인정비율(LTV) 등이 맞물리면서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졌다. 세제 개편과 기준금리 인상도 매수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비강남권의 거래 비중 확대를 외곽 지역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서울 아파트 시장 전체의 거래량이 감소한 가운데 외곽과 중저가 지역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덜 줄어든 결과이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1월 5373건에서 4월 8659건, 5월 8962건으로 증가했다. 이후 6월 5289건으로 급감했고 7월에도 5800건에 그쳤다. 지난 4일 계약일 기준 8월 거래량은 2322건이다. 실거래 신고기한이 남아 있지만 현재까지 거래 회복세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올봄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물이 나오면서 거래가 크게 늘었다. 5월 9일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세 부담을 피하려는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온 영향이다. 이후 대출 규제와 세제 개편 등의 변수가 겹치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월세 가격 불안과 매물 부족 강도가 크고 대출이 좀 더 나오는 비강남권은 수요 감소가 상대적으로 덜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관망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일부 수정됐지만 세제 개편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도 변수다.

함 랩장은 "매수·매도자 간 희망가격 격차가 쉽게 좁혀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을·겨울 서울 아파트 시장의 향방은 세제 개편안 확정 시점과 통화 당국의 추가 금리 결정 여부, 가을 주택임대차 시장의 불안 강도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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