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이젠 내놓습니다"…70대 집주인 돌변한 이유 [시장톡]

입력 2026-09-08 13:30   수정 2026-09-08 13:44

"든든한 노후 자산이자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해 수십 년간 쥐고 있었는데, 개편될 세법을 보니 이제는 파는 게 남는 장사더라고요. 양도세 폭탄 맞기 전에 수익을 실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최근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에 보유하던 아파트를 매도한 70대 A씨)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고가 주택을 장기 보유한 집주인이 잇따라 '매도'를 선택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2029년부터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한도를 '최대 10억원'으로 제한하겠다고 예고하자, 양도소득세 부담을 피하려는 장기 보유자들의 '수익 실현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에서 10년 초과 보유 주택 매도 건수는 4622건으로 집계됐다. 10년 이하 보유 매도 건수가 6252건으로, 10년을 넘게 보유한 주택의 매도 비중이 42.5%에 달했다.

장기 보유자의 매도 비중은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같은 기간 2994건(29.7%) 수준이었던 10년 초과 보유 매도 비중은 지난해 4023건(32.6%)을 거쳐, 올해 들어 4622건으로 늘었다. 전체 거래 건수 대비 비중으로 따지면, 전년보다 10%포인트 급증했다.

이런 현상은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지난달 서울 전체 장기보유 매도인 가운데 강남 3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였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단 3곳에서 전체 장기보유 매도 물량의 5분의 1이 쏟아져 나왔다. 실제 강남 3구의 10년 초과 장기보유 매도인 수는 지난 6월 668명에서 7월 799명, 8월 918명으로 다달이 늘어나는 추세다.

장기 보유자들이 이처럼 집을 파는 결정적 배경에는 정부의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안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앞서 최대 80%까지 받던 장특공제 혜택의 한도를 2029년 이후 1가구 1주택자라 하더라도 10억원으로 제한하고, 공제 체계를 기존 '보유'에서 '거주' 중심으로 전면 재편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고가 주택자들에 대한 과도한 징벌적 과세라며 한도 설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수십억 원의 양도차익을 거두는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게까지 과도한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안대로 공제 한도가 10억원으로 봉쇄되면 양도차익이 20억원 수준인 1주택까지는 기존처럼 장특공제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양도차익이 30억~40억원 이상 발생하는 초고가 주택의 경우, 세법 개정 이후 부담해야 할 양도소득세가 기존 대비 최소 2배에서 최대 4배 이상 급증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노후 자금 마련과 세금 절감을 동시에 노리는 고령층 집주인들이 매도 대열의 전면에 서고 있다고 풀이한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美 IAU 교수)은 "최근 압구정이나 대치동, 도곡동 등 강남 중심지에서 연령대가 높은 분들을 위주로 장기 보유하던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올해 들어 보유세 부담과 장특공제 한도 신설 등 세제 악재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자, 관망세를 유지하던 고령층 장기 보유자들이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출 규제와 고금리 여파로 시장 전체의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해진 유예기간 내에 세제상 유리한 조건으로 집을 정리하려면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며 "현재 매도가가 40억~50억원 이상 형성된 초고가 아파트 시장은 완연한 '매수자 우위'로 전환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러한 '셀 강남' 현상이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시장 전체의 하락세로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장특공제 한도 10억원 제한의 영향권에 드는 주택은 양도차익이 최소 20억~30억원 이상 발생하는 일부 지역의 초고가 단지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현재 나타나는 매도세는 강남 3구 및 한강변 일부 초고가 재건축 단지 등에 집중된 국지적 현상"이라며 "양도차익이 공제 한도에 미달하는 중저가 주택이나 일반 서민·중산층 시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강남권 초고가 시장은 장특공제 매물이 쌓이면서 당분간 가격 하방 압력을 받거나 숨 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이는 세제 개편에 따른 정책적 수익 실현 매물이 나오는 과정일 뿐, 전체 주택 시장의 대세 하락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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