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5년 도시형 소공인(뿌리산업 경영자) 실태조사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근로자 10인 미만 제조업체 1만 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공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력이 ‘3명 이상 부족하다’는 응답이 64.5%였다. ‘1~2명 부족하다’는 응답도 24.8%에 달해 뿌리산업 업체의 89.3%가 인력난에 신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뿌리산업 업체당 평균 종사자가 2.8명인 점을 감안하면 필수 인력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용접, 열처리, 표면처리 등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공정기술 산업을 말한다.
고령화도 뿌리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뿌리산업 경영자의 62.4%가 50·60대다. 상당수 경영자가 은퇴를 바라보는 연령대지만 ‘핵심 기술을 전수할 후계자가 없다’는 답변이 37.3%에 달했다.
소공인 96%가 사업장 빌려 써…설비 노후화에도 투자여력 빠듯
뿌리산업 절대다수가 자체 자산과 설비를 축적해 몸집을 키우기보다 근근이 영업을 이어가는 소규모 영세 제조업체라는 뜻이다.
경영 기반이 불안하다 보니 설비 투자 여건도 열악했다. 주요 생산설비의 사용 기간이 15~20년 미만인 업체는 20.1%, 20년 이상인 업체는 21.8%로, 15년 이상 된 노후 설비를 운용하는 업체가 전체의 41.9%를 차지했다. 5년 미만의 신규 설비를 갖춘 업체는 16.6%에 그쳤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생산설비가 노후화하다 보니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한 생산성 개선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사업을 확대하려는 경영자는 드물고, 대부분 현상 유지에 급급해하는 모습이다. 향후 3년 이내의 경영계획을 묻는 질문에 87.9%가 ‘현 사업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응답이 6.0%로 뒤를 이었다. ‘공장을 증설하고, 고용을 늘리는 등 사업 규모를 키우겠다’는 답변은 5.0%에 그쳤다. ‘사업 축소’와 ‘휴·폐업 등 사업 철수’는 각각 0.8%, 0.2%로 ‘성장’보다 ‘버티기’에 들어가는 모습이 역력했다.
기계의 미세한 진동과 소음, 열처리 온도와 불꽃의 형태, 손끝의 촉감만으로 수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오차를 잡아내는 숙련 기술자의 감각은 매뉴얼로 규격화할 수 없다. 특히 글로벌 제조업계가 인공지능 전환(AX)과 자율제조 경쟁에 들어간 상황에서 현장의 암묵지는 고성능 제조 인공지능(AI) 모델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핵심 원천 데이터’로 꼽힌다.
산업통상부도 숙련 제조 인력의 경험을 데이터로 보존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국비 480억원을 투입한 ‘제조암묵지 기반 AI모델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뿌리산업 경영인이 참여하기에는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체당 평균 종사자가 2.8명에 불과한데 경영인이 자체적으로 데이터 수집과 AI 개발에 필요한 전문 인력 및 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공동 발간한 ‘2025년 도시형 소공인(뿌리산업 경영자) 실태조사 및 분석’ 보고서는 뿌리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 인력 활용과 구직자 매칭, 직업 훈련 등을 강화하는 한편 자동화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고령 숙련자의 기술을 후계자에게 전수할 기반을 마련하고, 영세 업체가 자체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설비 현대화와 자금·판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층 유입과 기업 승계를 연계한 지원책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박경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뿌리산업 경영자가 보유한 기술은 장기간의 현장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것이 특징”이라며 “인력난과 승계 단절이 동시에 진행되면 제조업 기반의 숙련 생태계가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곽용희/이광식/김리안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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