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하면 공익제보, 불리하면 유출? 진영따라 달라지는 잣대

입력 2026-09-07 19:06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로비 의혹 관련 녹취를 연일 공개하면서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수사 기록 불법 유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김 의원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공개 수사 기록을 불법으로 넘겨받아 정쟁과 정치 공작에 악용하고 있는 한 의원과 그에게 수사 기록을 상납한 성명 불상의 제공자를 공수처에 고발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7일 "이런 일을 하려고 국회의원이 됐다"며 "민주당이 기대하는 불법은 없다. 제가 그럴 사람이냐. 있으면 민주당이 밝혀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의원은 자신에게 "출처를 밝혀라"라고 지적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그들이 과거 비공개 자료를 공개한 일을 연이어 거론하며 맞붙었다.

그는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관련 박상용 검사의 녹취를 공개한 사실을 언급하며 "박 검사 녹취 등 별의별 녹취를 다 공개한 분이 녹취를 어디서 났냐고 난리를 친다"며 "코미디 하느냐. 녹취 공개 전문은 민주당"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전 의원은 검찰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화영 부지사의 변호인에게 당시 검사가 이재명 지사가 주범임을 자백하라고 요구하고 회유했다는 주장과 관련한 녹취를 공개한 바 있다.

전 의원은 "저는 합법적으로 통화 당사자에게 받았다"며 "한 의원의 자료 취득은 합법인지 불법인지 밝혀라"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김 후보자와 브로커 양 모 씨 간 통화 녹취록 출처부터 밝히라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을 향해서는 그가 과거 조국 딸 표창장 원본을 공개한 일을 들며 반박했다.

그는 박 의원을 겨냥해 "조국 사태 때 조국을 옹호하려 표창장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느냐. 그 출처는 왜 공개 안 했느냐"며 "세상에는 '오빠 독약 로비' 같은 부패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공익제보자, 의인이 많다"고 말했다.

이는 박 의원이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조 전 장관 딸의 동양대 표창장 사진을 공개한 일을 거론한 것이다. 박 의원은 당시 사진 출처에 대해 "조 전 장관이나 조 전 장관의 딸, 검찰로부터 받은 것은 아니다"고만 밝혔다.

한 의원은 2021년 10월 12일 김승원 후보자와 양씨 간 통화 녹취를 공개했고, 서울서부지검이 김 후보자를 기소하고 징역 8개월을 구형하려고 했다는 내용의 보고서 일부도 함께 공개했다.

민주당은 공익 목적 제보라고 하더라도 수사팀 자료를 직접 넘겨받았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이나 피의사실공표에 해당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같은 기준을 과거 사례들에 적용할 경우 박 의원의 표창장 공개는 압수수색 자료 공개이고, 박상용 검사 녹취 공개는 수사 과정 녹음 공개기 때문에 모두 비공개 또는 제한된 자료의 외부 공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무상 비밀 누설 또는 피의사실공표 혐의는 행위의 성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데 현실에서는 행위자의 정치적 진영이 먼저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는 수사 자료 공개 관행에 대해 비공개 정보 공개의 법적 기준이 무엇인지, 공익을 위한 정보 공개와 불법 유출의 경계가 어디인지, 그 기준이 진영과 무관하게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지 등이 모호한 상태다.

정치권의 비공개 자료 공개는 한두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엄격히 처벌한 사례 또한 찾기 어렵다. 공통점은 정치권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공익제보'와 '정보 공개'로, 상대방의 행동에는 '불법 유출'과 '범죄'로 프레임을 달리한다는 것이다.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민주당에 유리하면 공익제보, 불리하면 유출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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