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 '구멍'…"동남아 데이터 센터로 우회"

입력 2026-09-07 20:04  

美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 '구멍'…"동남아 데이터 센터로 우회"
NYT 탐사보도…알리바바·바이트댄스도 '원격접속'
인스퍼, 미국내 자회사로 규제 회피…동남아 통해 중국에 서버 공급하기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중국 인공지능(AI) 서버 구축 업체 인스퍼그룹이 미국 내 자회사를 악용해 수출 규제를 회피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수천건의 선적 기록과 공급 계약서 등을 검토, 분석해 중국 기업들이 어떻게 미국의 규제를 피해 미국의 첨단 AI칩을 활용한 컴퓨팅 파워를 활용하고 있는지 전했다.
NYT에 따르면 엔비디아 등에서 반도체 칩을 납품받아 AI 서버를 구축해온 인스퍼는 지난 2023년 3월 미 상무부의 수출 규제 대상에 올랐다.
중국 군용 슈퍼컴퓨터 제작을 위해 미국 기술을 확보하려 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인스퍼는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자회사 '아이브레스'를 통해 수출규제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미국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AI칩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수출 규제 대상이 아닌 동남아시아로 엔비디아 AI칩을 우선 보내 여기에 데이터센터를 세운 뒤 자국 고객사들이 멀리서 접속해 사용하게 하는 새 방법을 찾은 것이다.
미국이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AI 센터에 원격으로 접근하는 것까지는 감시하고 차단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었다.
NYT가 무역 기록을 분석한 데 따르면 지난 2024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아이브레스는 최소 56억달러(약 7조5천억원) 상당의 첨단기술 장비를 미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수출했다.
이 가운데 30억달러(약 4조원) 이상이 엔비디아의 블랙웰이 탑재된 컴퓨터 등이었다.
이렇게 수출된 장비들은 AI 활용의 최전선에 있는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등 중국 대형 기술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남아시아의 데이터센터 등으로 공급됐다.
수출규제 대상에 오른 최첨단 칩을 중국으로 밀반출한 혐의로 미국의 조사를 받아온 중국계 기업 '메가스피드'도 아이브레스의 공급처에 포함됐다.
인스퍼의 글로벌 자회사 망을 통해 AI 서버가 말레이시아 등을 거쳐 중국으로 넘어간 정황도 포착됐다.
무역 데이터 업체 '임포트지니어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설립된 신생 기업 '매그인프라'는 6개월간 인스퍼 계열사와 거래하는 말레이시아 업체 등에서 7억달러(약 9천400억원) 이상의 서버를 중국으로 수입했다.
서류상으로 수입한 서버에 엔비디아 칩이 탑재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납품 단가 등을 고려할 때 1천500대 이상의 서버가 최첨단 급으로 추정된다.
매그인프라는 서류상으로는 인스퍼와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모회사 법적 대표가 인스퍼 자회사 등에서 직책을 맡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사무실이 인스퍼 본사 인근에 있는데, NYT가 현장을 찾은 결과 이 사무실은 근무자가 한명도 없는 위장 주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조달 기록에 따르면 매그인프라가 수입한 서버는 중국 대학과 국영기업 등으로 공급됐다.
임포트지니어스 윌리엄 조지 연구이사는 "이런 상황을 보고 수출통제를 회피하기 위해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네트워크가 아니라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NYT는 아이브레스가 인스퍼와 동일한 서버, 직원,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지만 연방 당국이 규제 대상에 올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방당국은 인스퍼 자회사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서기는 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e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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