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프랑스, 영화·영상에 대규모 투자…李·마크롱 "새 시대 열자"

입력 2026-09-07 18:25  


한국과 프랑스가 영화·영상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변화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 협력에 나선다. 양국은 앞으로 5년간 각각 8000억원과 5억유로를 투입하고, 인공지능(AI)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으로 달라진 제작·유통 환경에 맞춰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에서 열린 국제 영화·영상 정상회의 '뤼미에르 서밋'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공동의장을 맡은 이번 행사는 영화와 영상산업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양국이 글로벌 영화·영상산업 투자협력 이니셔티브인 '뤼미에르 파트너십'을 출범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대한민국과 프랑스는 향후 5년간 영화·영상 산업 분야에 각각 8천억원과 5억 유로를 투자할 것"이라며 "이 파트너십이 양자 관계를 넘어 전 세계 영화·영상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비추는 빛이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영화산업 변화 진단…극장·OTT·AI 모두 화두
두 정상은 영화산업이 기술과 소비 방식의 변화로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이 대통령은 팬데믹 이후 극장 관람 방식이 달라지고 OTT가 확산하면서 기존 영화산업의 수익 구조와 제작 환경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극장의 위기다. 팬더믹을 거치며 다 같이 모여 영화를 관람하던 패턴에 큰 변화가 생겼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확산하며 관람 횟수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OTT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로컬 방송사와 콘텐츠 제작사의 입지가 약해지는 문제도 함께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콘텐츠 생산과 소비 방식이 바뀌는 속도에 주목했다. 그는 "영상 콘텐츠가 창작·소비되는 방식은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를 두려워해서도 안 되지만, 그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알고리즘과 생성형 AI가 창작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알고리즘이 소비 대상을 결정하고, 생성형 AI가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동시에 저작권과 이미지 신뢰성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李 "AI와 인간 공존"…마크롱 "세계적 대응 필요"
이 대통령은 AI 기술 확산이 새로운 제작 방식을 열 수 있지만 일자리와 저작권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대한민국은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국가로서, 인간과 AI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영화와 로컬 콘텐츠 보호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더 많은 독립영화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도록 다자주의적 협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도 독립영화의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로컬과 글로벌의 상생 및 공존이 영화산업의 1원칙으로 자리 잡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별 국가만으로는 기술·자본·플랫폼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어떤 나라도 이 미래를 혼자 개척할 수는 없다"며 "기술과 자본, 이미지와 관객이 자연스럽게 국경을 넘나들면서 우리가 세계적인 도전에 직면한 만큼, 대응도 세계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창작자, 제작자, 방송사, 플랫폼, 영화관, 비디오게임·기술업계, 국제기구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 체계를 제안했다. 뤼미에르 서밋을 이른바 '행동의 다자주의'를 구현하는 출발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독립영화·영상 유산까지 협력 범위 넓힌다
양국은 상업 영화뿐 아니라 독립영화와 영상 유산, 이미지 교육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상 유산이 위험에 처한 지역에서 이를 보호하고, 이미지 교육을 보편적인 목표로 삼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취약 지역의 독립영화관 지원과 비디오게임 산업에 대한 국제적 논의도 추진할 방침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비디오게임을 주요 창작 형태 중 하나로 평가하며 문화·경제적 중요성에 걸맞은 국제 포럼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올해가 나운규의 '아리랑' 개봉 100주년이라는 점도 소개했다. '기생충'과 이창동 감독의 '버닝', '킹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을 언급하며 한국 영화와 영상 콘텐츠가 해외에서 거둔 성과를 설명했다.

그는 "이런 해에 영화의 창시자인 뤼미에르 형제의 이름을 딴 이번 서밋이 영화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이끈 특별한 장으로 역사에 기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화가 탄생한 지 약 13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과제는 황금기를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의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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