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고공행진이 계속되던 와중에 추석을 앞두고 소상공인들이 '파격 반값'을 내걸었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에 밀려 가격 경쟁력을 잃어가는 동네 슈퍼를 살리기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과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가 시중가의 절반 수준에 계란을 공급하며 골목상권 지원사격에 나서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소진공은 하나금융그룹, 소공연과 손잡고 전국 동네슈퍼 4000여 곳에 'the(더) 착한계란' 12만 판을 공급한다. 소비자 판매가는 30개들이 두 판(총 60알) 묶음에 9990원. 지난달 특란 30개 기준 전국 평균 소비자가격(7332원·축산물품질평가원)을 기준으로 시중가(60알 환산 시 1만4664원) 대비 31.9% 저렴하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일반 국내산 특란 한 판이 7000원대 안팎임을 감안하면 동네슈퍼 전용 상품이 확실히 싸다. 대형마트보다 낮은 단가를 맞출 수 있었던 것은 유통 비용 절감과 금융권의 상생 지원이 있었다. 하나금융이 상생기부금을 출연해 계란 세척과 검란, 선별 작업비 및 전국 물류 수송비를 전액 부담했다. 소공연은 산지 양계장 20곳을 직거래 형태로 발굴해 복잡한 도매 유통 마진을 덜어내고, 회원사 중심의 중소슈퍼 유통망을 통해 공급망을 구축했다.
소진공의 골목상권 전용 기획 상품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4월 '990원 착한소주', 7월 '1700원 만땅맥주'를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주류·가공식품에서 구매 빈도가 잦고 명절 수요가 집중되는 신선식품으로 품목을 넓혔다.
소상공인 단체들이 초저가 계란 공급에 나선 것은 명절을 앞두고도 계란값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날(8일) 기준 특란 30개 산지가격은 6681원으로, 1년 전(5787원)보다 15.5% 올랐다. 지난 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산란계 1134만마리를 살처분한 후유증이 이어진 데다 올여름 폭염에 따른 폐사와 산란율 저하가 겹쳐 산지 출하가 자체가 크게 뛴 탓이다.
한국물가정보가 발표한 차례상 비용 조사에서도 계란값은 대형마트(20.1%)와 전통시장(16.7%)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전체 상차림 물가를 끌어올렸다.
정부도 신선란 2억개 수입 추진과 1030억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책을 쏟아냈지만, 수입란 물량이 이틀치 생산량 수준에 그치는 데다 할인 혜택 또한 대형마트와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 편중돼 동네 슈퍼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곤 했다.
동네 슈퍼들은 이번 기획을 통해 매장 방문을 유도하고 다른 명절 장거리 소비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12만 판 한정 물량인 만큼 조기 소진 이후에도 집객 효과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계란값 급등으로 소비자와 상인 모두 고생이 큰 상황에서 추석 대목을 맞았다"며 "명절 장바구니 부담을 덜고 손님이 줄어든 골목상권에도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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