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8일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교섭 및 파업 대상인지’를 묻는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의 서면 질의에 “공공기관 이전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 대상 또는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한 배치전환 등의 인력 운용 계획 등이 수립 중이거나 결정된 사실이 확인되는 등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은 단체교섭 또는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될 수 있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 노조가 호남 반도체 팹 건설 계획을 내년도 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공언하자 지난 3일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내놨다. 이 지침은 공장 신설·이전 등 사업주의 경영상 결정 자체는 의무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공장 신설·이전에 따른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된다면 교섭 및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이날 김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는 공공기관도 예외가 아님을 인정한 것이다.
정부는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곳에 대해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을 세우고 올해 4분기 이전 계획을 확정한 뒤 내년부터 이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나서는 등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김 의원은 “현행 노동조합법대로라면 정부가 어떤 지침을 내놔도 이전 공공기관은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전 자체는 쟁의 대상 아니지만…배치전환 등은 노조와 교섭해야

노조의 이전 저지 투쟁에 힘이 실리면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노조가 협상을 통해 통근 버스 유지, 주거 지원, 수당 보전 등 각종 지원을 얻어낼 경우 이미 지방으로 이전을 완료한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질 수 있다.
노조가 교섭 및 쟁의에 들어갈 수 있는 시점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3일 발표된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교섭 및 쟁의는 ‘정리해고·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 인력 운용 계획이 수립 중이거나 결정된 사실이 확인되는 등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만 비로소 가능해진다. 국책은행처럼 본사 이전을 위해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한 경우엔 국회 법안 심사부터 거치는데, 이 경우 ‘근로조건 변경이 객관적으로 예상된다’고 볼 수 있는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쟁의 대상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으로 확대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노란봉투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됐다. 이에 정부가 ‘경영상 결정 자체는 교섭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현장에서는 노조와의 교섭 없이 지방 이전을 강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의 지침이 ‘근로조건 변경’의 개념을 지나치게 넓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정리해고나 인원 감축이 따르지 않는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까지 교섭 및 파업 대상이라고 봤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배치전환은 기존 근로자의 고용관계를 축소·재편하는 게 아니라 새롭게 형성되거나 확대된 조직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라며 “근로자의 지위와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을 수반하지 않아 노동쟁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정부의 이 같은 해석이 굳어질 경우 공공부문은 물론 유연한 사업 재편이 필수적인 반도체 등 민간 제조업의 투자와 구조조정 결정이 지연되면서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내부의 인력 재배치마저 법적으로 불확실해지면 기업은 해고, 외주화, 해외 이전을 택하게 된다”며 “이는 결국 고용 감소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희/정희원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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