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뼈를 깎는 노사의 고통 분담과 상호 신뢰가 한국GM의 지난 10년을 만들었습니다.”
최종 전 한국GM 총괄부사장(사진)은 8일 인터뷰에서 2018년 국내시장 철수 직전까지 갔던 한국GM의 경영 위기와 구조조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당시 한국GM은 3조원대 누적 적자에 군산공장까지 전격 폐쇄하는 등 벼랑 끝에 몰렸다.
GM본사는 아예 한국 사업장을 포기하고 떠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정부와 경영진, 노조가 한데 머리를 맞댔다. 4개월여간 이어진 협상 끝에 산업은행의 8100억원 신규 출자, GM본사의 63억달러(기존 대출금의 출자전환 포함) 투자를 포함해 총 7조6000억원 규모 자금을 수혈하기로 합의했다. 2028년까지 국내에서 연구개발(R&D)과 생산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10년의 약속’도 성사됐다.
1년6개월 만에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그는 복귀 후 삼성물산 유통부문(현 홈플러스) 경영권(51% 지분)을 영국 테스코에 매각하는 협상에 6개월여간 참여했다. 2003년 GM대우 출범과 함께 법무팀 상무로 옮겼고 2016년부터 법무·대관·노사 업무를 수행했다. 그는 “법률적 논리를 뒤에서 전달하는 것보다 직접 협상에 나서고 싶었다”고 했다.
2018년 구조조정 협상 타결에는 한국GM 노조의 결단이 결정적이었다. 회사가 생산성이 낮았던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직원 2000명 중 1300명 가량이 회사를 떠났다. 나머지 직원도 부평·창원 공장으로 전환배치됐다. 부평본사와, 창원·보령공장 등에서도 희망퇴직이 이어지면서 1만6000명 규모의 인력이 1만3000명대로 줄었다.
최 전 총괄부사장은 이 같은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있었다. 마지막 고비는 노사 교섭이었다. 댄 암만 GM본사 사장은 “2018년 4월 20일까지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법정관리를 의결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20일 오후 7시 서울 조선호텔에서 한국GM 경영진이 미국 본사와 콘퍼런스콜을 열어 시한 연장을 설득했다. 같은 시간 합의 불발 시 법정관리를 결정할 한국GM 이사회가 준비 중이었다. 결국 GM 본사는 노사 협상 시한을 사흘 늦췄다. 주말 내내 이어진 교섭 끝에 노사는 최종 시한을 단 한 시간 앞두고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최 전 부사장은 협상 당시 적어둔 A4용지 약 100장 분량의 메모를 바탕으로 최근 저서 <gm은>를 펴냈다. 최 전 부사장이 교섭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원칙은 ‘신뢰’다. 그는 “노조든 정부든 내가 뭔가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면 협상은 끝나지 않는다”며 “더 내놓을 것이 없을 때는 가능한 범위를 솔직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다음 10년’이다. 2년 뒤면 ‘10년의 약속’도 끝난다. 그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가 미국에서 잘 팔리고 있지만 2~3년 뒤에도 경쟁력이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며 “한국GM의 뚜렷한 전동화 전략(전기차 개발·생산)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8년에는 노조와 회사, 정부가 희생을 감수하며 GM이 한국에 남을 이유를 만들었다”며 “이제 현재의 노사와 경영진이 2028년 이후에도 남을 이유를 새로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은정진/사진=문경덕 기자 silver@hankyung.com</gm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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