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숙제를 할 때 인공지능(AI)를 많이 쓸수록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에 이어 AI가 학생들의 두뇌 활용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증거로 평가됐다.
또 3년사이 과학 읽기 수학 세 분야에서 한국 학생들의 학업 능력이 동아시아 최저 수준으로 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현지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91개국 76만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보고서 결과 학교 과제에 AI 챗봇을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생들 보다 학업 성취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이것이 AI 기술이 아이들의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광범위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전 테스트는 AI가 대중화되기 직전인 2022년에 실시됐으며 이번 보고서는 생성형 AI가 주류로 자리 잡은 이후 첫 번째 공개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과제 작성을 위해 AI을 전혀 쓰지 않거나 거의 쓰지 않는 학생들은 과학 과목에서 평균 509점을 받았다. 반면, 매일 또는 거의 매일 AI를 사용하는 학생들은 평균 481점을 받았다. 사회경제적 지위를 고려하여 조정했을 때, 이 28점 차이는 대략 1년 반 정도의 수업 시간에 해당한다.
새로운 주제에 대한 예비 조사를 수행하거나 지정된 읽기 자료를 요약하는 등 AI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때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다.
OECD는 전반적 읽기 점수가 지난 3년간 특히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는 AI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인 정보 평가, 다양한 정보 출처 간의 연결, 비판적 사고 능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도표] 글로벌 15세 학생의 과학, 읽기, 수학 학업능력의 급격한 하락 추이

출처=OECD
한국 학생들은 AI챗봇이 등장하기 전인 3년전과 비교해 과학 526점, 읽기 501점, 수학 522점으로, 세 분야의 점수가 3년전보다 모두 낮아져 학력 저하 현상이 심각했다. 평균적으로 여전히 학업 성취도나 높지만 동아시아지역에서는 가장 크게 학력 저하가 나타났다.
과학은 2022년 528점에서 올해 526점으로 2점, 읽기는 515점에서 501점으로 14점, 수학은 527점에서 522점으로 5점 떨어졌다.
특히 읽기 능력 저하가 두드러졌다. 읽기 상위 성취수준인 5수준 이상 학생 비율은 2022년 13.3%에서 올해 10.3%로 3.0%포인트 줄었다. 반대로 하위 수준인 1수준 이하 학생 비율은 14.7%에서 17.8%로 증가했다.
과학은 중국이 597점, 싱가포르 560점, 마카오 541점, 대만 540점, 일본 538점으로 모두 한국보다 높았다.
수학도 중국 612점, 싱가포르 563점, 마카오 549점, 대만 546점, 일본 525점으로 한국을 넘어섰고 읽기는 한국이 501점으로 싱가포르 535점, 중국 527점, 대만 508점, 일본 503점보다 낮았다.
PISA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의 AI 활용은 전세계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학업에 AI를 전혀 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학생은 평균 14%에 불과해 학생의 86%가 1년에 최소 한 번 이상 학교 숙제에 AI를 활용했다.
이 수치는 국가별 차이가 커서 학업에 AI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일본은 40%에 달했고, 영국 핀란드 캐나다 중국도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베트남은 학업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비율이 4%에 그쳤고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브라질, 한국도 학업 사용 비율이 평균보다 높았다.
보고서는 그러나 AI를 비판적으로 적절히 사용한다면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일부 증거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AI를 사용하는 학생들은 그보다 사용 빈도가 낮거나 매일 AI를 사용하는 학생들보다 학업 성취도가 높았다.
OECD 교육·기술 담당 이사인 안드레아스 슐라이허는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만으로는 몸이 건강해지지 않는 것처럼, 학습 또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자료와 씨름하는 생산적인 인지적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PISA 보고서는 15세 학생들의 과학, 수학, 읽기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국가 교육 시스템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이다.
AI 기술이 교육분야에서는 학생들이 어려운 과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대신 AI에 맡기는 ‘인지 부담 전가’ 로 인지력이 퇴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국가들도 늘고 있다.
지난주 미국 최대 교육구인 뉴욕시는 다가오는 학년도부터 초중고등학생들의 AI 도구 사용을 금지했다. 미국 MIT는 AI가 대부분의 학부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MIT는 교육, 평가 및 학생 지원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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