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조선협력 본격화…한화오션서 돛 단 LNG선 공개 [도쿄나우]

입력 2026-09-08 08:04   수정 2026-09-08 08:18



일본 조선산업 재건이 본격화하면서 한국과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주요 조선사에 1조8000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투입하고 LNG선 국내 건조 재개를 추진하는 가운데, 일본 해운사는 한국 조선소의 건조능력을 활용해 차세대 친환경 선박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든 일본이 자국 조선산업을 되살리면서도 한국의 기술과 생산능력을 활용하는 경쟁과 협력의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일본 최대 해운사 상선미쓰이는 지난 7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대형 돛 2개를 탑재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공개했다. 미국 석유회사 셰브런에 공급하는 이 선박은 상선미쓰이가 개발한 풍력 보조 추진 시스템 ‘윈드 챌린저’를 적용했다. 바람을 추진력으로 활용해 연료 소비를 최대 12% 줄이는 것이 목표다. 일본의 친환경 추진 기술과 한국의 LNG선 건조 경쟁력이 결합한 사례다.

선박 앞쪽 좌우에 설치된 돛은 폭 약 15m, 최대 높이 약 49m에 달한다. 3단계로 늘어나고 줄어들며 좌우로 180도 회전할 수 있다. 센서가 풍향과 풍속을 감지해 돛의 방향과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악천후나 입출항 시에는 돛을 접어 안전과 시야를 확보한다.

상선미쓰이는 2009년부터 자국 대학 등과 함께 윈드 챌린저를 개발해왔다. 돛 1개를 탑재한 석탄 운반선에서는 항해당 평균 5~8%의 연료 절감 효과를 확인했다. 이번 LNG선은 처음으로 돛 2개를 탑재해 절감 효과를 최대 12%까지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안에 두 번째 선박을 준공하고, 한국의 대형 조선사와 돛 4개를 탑재하는 신형 선박도 개발할 계획이다.
LNG선 부활 위해 한국 기술협력 요청
일본 정부는 한국과 손잡고 자국의 LNG선 건조능력을 되살리려 하고 있다. 일본은 2019년 이후 국내 LNG선 건조가 중단되면서 관련 기술과 공급망이 약화됐다. 특히 세계 LNG선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멤브레인형 LNG 탱크의 제조 역량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일본 정부와 조선업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사와 기술협력을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이 이처럼 LNG선 부활에 공을 들이는 것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발전용 연료와 도시가스에 쓰이는 LNG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일본은 현재 약 100척의 LNG선을 수입에 투입하고 있다. 선박 교체 주기를 약 20년으로 보면 연간 5척 정도를 자체 건조해야 수송능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본은 한국의 기술을 활용해 건조 공백을 메우면서 장기적으로 독자적인 건조체계를 구축하려는 구상이다.



정부의 지원도 본격적인 집행 단계에 들어갔다. 가네코 야스시 국토교통상은 지난 4일 주요 조선사에 2034회계연도까지 10년간 총 2131억엔(약 1조843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마바리조선과 계열사 다도쓰조선에 1138억엔,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에 494억엔, 나무라조선소와 하코다테도크에 499억엔이 배정됐다. 자동화 설비와 연구개발 등에 투입될 전망이다.

이번 지원은 3500억엔 규모의 ‘조선업 재생기금’이 집행되는 첫 사례다. 일본 정부는 향후 10년간 민관 합계 1조엔 규모의 조선업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한국과 중국에 비해 뒤처진 생산능력과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 다시 진입하려는 전략이다.
미군 채택 무인수상정도 양산
조선업의 사업 영역은 방위산업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일본 중견 조선사 오노미치조선은 미국 스타트업 불워크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무인수상정(USV)을 일본에서 양산하기로 했다. 2028년까지 연간 30~50척을 건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자위대와 미군 채택을 목표로 한다.

이 무인정은 물과 식량, 연료, 의료품, 탄약 등을 운송하는 자율항행 소형 수송선이다. 수심 약 20㎝의 얕은 해안에도 접근할 수 있어 항만시설이 없는 지역의 군수품 보급이나 재난 구호에 활용할 수 있다. AI와 센서를 이용해 GPS에 의존하지 않고 항행하는 기술도 탑재한다. 상선에 집중해온 중견 조선사가 방산 시장으로 진출하는 새로운 사례다.

일본의 조선업 재건은 한국에 경쟁 심화와 협력 확대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LNG선과 차세대 선박의 국내 건조능력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은 한국이 강점을 가진 고부가가치 시장과 맞닿아 있지만, 한화오션의 사례처럼 새로운 국내 조선업계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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