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가 SK하이닉스와의 생산 제휴 가능성을 공식 일축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언급한 양사의 공동 생산 협력 구상에 선을 그은 것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타 히로오 키옥시아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와 공동 생산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최 회장이 이달 초 일본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키옥시아는 많은 강점을 가진 회사"라며 공동 생산, 연구개발(R&D), 공급망 공유 등 다각도의 협력 가능성을 제시한 데 대한 직접적인 반박이다. 오타 CEO는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를 포함한 생산 제휴는 '3개 회사가 그냥 함께하자'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최 회장의 발언 배경에 의문을 나타냈다.
오타 CEO가 최 회장의 협력 구상을 단칼에 일축한 데는 현실적인 규제 장벽과 경영권 방어라는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키옥시아는 이미 샌디스크와 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까지 참여할 경우 설비 연동이 까다로워지는 데다, 글로벌 반독점 당국의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 지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CB)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 핵심 자산까지 공유할 경우 경영 독자성을 넘겨줄 수 있다는 경계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오타 CEO는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메모리 가격 급등이 시장의 장기 성장을 해칠 수 있다며 추가 가격 인상을 자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키옥시아의 낸드 평균 판매가격(ASP)은 지난 6월 분기 전분기 대비 70% 상승했고, 직전 분기에는 두 배 이상 급등했다. 그는 "가격을 지나치게 올리면 데이터센터 고객의 투자 여력을 떨어뜨려 결국 메모리 시장의 장기 성장을 해치게 된다"며 영업팀에 대폭적인 추가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AI 관련 낸드 수요 자체는 여전히 견조한 상황이다.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2030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공급계약을 원하면서 키옥시아는 전체 출하량의 50%를 장기계약으로 확보한다는 목표를 곧 달성할 전망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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