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르면 다음달부터 공공주택지구 내 오염토를 외부로 반출해 정화하는 ‘반출정화’가 가능해지면서 수도권 주택 공급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오염토 정화와 공사를 동시에 할 수 있어 최대 3~4년까지 지연되던 착공 기간이 1년 안팎으로 단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 핵심지에서 신속한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용산공원 내 방위사업청 부지와 군인아파트 등 훼손지 활용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공공의 이익과 주변 환경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방자치단체장이 반출정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공공주택사업과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상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도 부지 밖에서 오염토 정화가 가능해졌다.
반출정화는 기존 부지에 오염토를 그대로 둔 채 정화하는 ‘지중정화’, 오염토를 파내 현장에서 처리하는 ‘현장정화’와 함께 활용되는 방식이다. 그동안 협소한 부지 등 공간적 제약이 있거나 환경보호구역·수자원보호구역·지하수보전구역 지정 및 문화재보호법 등에 따른 행위 제한으로 현장 정화시설 설치가 어려운 경우, 착공 이후 오염토가 발견된 경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앞으로 반출정화가 폭넓게 허용되면 수도권 공공주택 공급의 걸림돌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 제도에서는 터파기 과정에서 오염토가 발견되면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지자체 신고 후 정밀조사와 정화계획 수립을 거쳐야 한다. 3기 신도시 등에는 과거 산업시설 밀집지, 반환 미군기지, 폐기물 매립지 등 오염 이력 부지가 많아 공사 지연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정부가 공급 후보지로 검토 중인 용산공원 훼손지 논의도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정화 기간이 과도하게 길어 공급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점이 주요 반대 논리였다. 정비업계는 오염도에 따라 최대 3~4년까지 늘어나던 공기 지연이 1년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12월 반환된 용산공원 내 캠프킴 부지는 오염도가 높고 현장정화 방식이 적용돼 정화에만 3~4년이 소요(문화재 발굴 기간 제외)되고 있다. 김형진 환경보건기술연구원 부원장은 “반출정화는 오염토와 비오염토를 동시에 선별하면 공사와 정화를 병행할 수 있어 공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캠프킴 기준(오염토 약 40만t 추정) 하루 100대 규모 덤프트럭을 투입하면 부대공사와 배수·처리를 포함해도 12~15개월 내 착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는 군인용 아파트와 업무시설 등 4~5층 건물이 들어서 있다. 편입 당시에는 철거 후 녹지를 조성하는 공원화 방안에 무게가 실렸지만 최근 주택 수급 불균형과 도심 주거 수요 증가로 재검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용산공원특별법 제정 당시와 비교해 주택시장 상황이 달라졌다”며 “공원 유지 및 주택 공급 활용 여부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산공원의 조성·정화·관리 비용이 전액 국비로 충당된다는 것도 쟁점이다. 국가 차원에서 막대한 운영비가 투입되지만 직접적 수혜는 주변 지역에 집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경업계에서는 용산공원 관리에 연 300억~4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는 연간 유지관리비의 약 80%를 인근 주민과 기업 기부로 충당하고 있다. 학계 관계자는 “임대주택 위주 개발과 전면 공원화 주장 모두 극단적”이라며 “일본 도쿄 미드타운 등 사례를 참고해 공원의 지속 가능성과 주택 공급을 함께 고려한 균형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방위청 이전 부지에 조성된 도쿄 미드타운은 복합개발 수익으로 공원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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