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외환시장에서 9일 오후 3시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9.5원 내린 1336.1원을 기록했다. 2024년 10월 4일(1333.7원) 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 7월 1일 중동 불안과 달러 강세로 장중 1559.2원까지 치솟은 환율이 두 달여 만에 220원 넘게 떨어졌다. 원화 강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수출 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대규모로 환전한 영향이다. 경상수지는 올 상반기 2401억달러 흑자를 거둬 종전 역대 최대인 지난해 연간 경상흑자(1231억달러)의 두 배에 달했다.
원화가 급격히 강세로 돌아서자 수출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를 내다 팔고 환헤지를 확대하면서 환율을 더 끌어내리고 있다. 그동안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하는 외화 관리 전략을 유지하던 한화오션은 수주잔액 대비 환헤지 비율을 6월 말 17%에서 최근 70%대로 높였다. 이에 환율이 1200원대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영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과 메가 프로젝트에 따른 원화 환전 수요가 연간 21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내년까지 원화 강세 압력이 우세해 원·달러 환율이 1250~1300원에서 하단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이 1300원대까지 떨어져 추가 하락 기대가 약해진 만큼 수출 기업이 달러 매도를 서두를 유인이 줄었다는 의견도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달러 환전 효과가 점차 약해질 것”이라며 “4분기 환율이 1400원대 초반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격화하는 대미 투자도 환율 상승 요인이다. 정부는 이달 중순 220억달러 규모 미국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사업과 12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원전 8기 건설 사업을 담은 대미 투자 합의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대미 투자를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으로 충당하는 만큼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시장 심리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미 투자가 본격화하면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올해 말 환율이 1300~1400원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또한 달러 강세와 원·달러 환율 상승을 자극할 변수다.
외환당국은 1300원대 초중반을 원화의 펀더멘털과 수급을 고려한 사실상의 적정 환율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도 이 같은 당국의 인식이 수출입 기업과 투자자의 거래 기준점으로 작용해 환율이 당분간 이 수준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이 1300원대 초중반까지 내려오자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중단하는 등 고환율 대응 조치를 정상화한 것을 보면 당국도 이 구간을 적정 환율로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익환/고송희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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