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오는 11월까지 호르무즈해협에 한국군을 파병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가 ‘군사적 기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에 들어갔다. 여권 일각에서 비전투 전력으로 부담을 줄이고 통상 협상에서 실익을 챙기자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의 반대가 적지 않아 국회 동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파병동의안은 국무회의 의결 뒤 국회 국방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친다. 국회 심사와 부대 편성, 현지 전개까지 고려하면 이달 파병 방침과 전력 구성을 정해야 11월 파병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미국 요구를 전면 거부하기보다 참여 수준을 낮추고 통상 현안에서 양보를 얻어내자는 의견이 나온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성과가 필요한 만큼 전쟁 참여를 최소화하면서 실익을 챙길 묘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 전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은 “감시와 정찰, 폭발물 처리, 보급과 의무 지원을 맡는 100명 안팎의 비전투 전력으로 군사적 부담을 줄이면서 한국 선박의 안전 보장과 호위 비용 완화, 관세율 15% 확정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호르무즈해협 일대 선박을 감시하는 해상초계기는 직접 비행해 배치할 수 있다. 이란 미사일과 드론의 불발탄을 제거하는 폭발물처리반(EOD)도 인력과 장비를 항공편으로 보낼 수 있어 군수지원함보다 투입이 빠르다. 군 관계자는 “우리 해상초계기는 과부하가 걸린 미군 초계 전력을 지원하고, EOD는 6·25전쟁 불발탄 처리 경험을 살려 적은 인원으로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파병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 범여권 정당의 반대는 더 거세다. 국방위 여권 관계자는 “군인 한 명을 보내더라도 파병은 파병이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중진 의원은 “전장에서는 비전투 병력도 공격받으면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총알이 날아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국회 동의를 얻으려면 파병동의안에 병력 규모뿐 아니라 임무 범위도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해상초계기는 탐지와 감시 외에 함정과 잠수함을 공격할 능력도 갖추고 있어 어떤 임무를 부여하느냐가 쟁점이다. 군 관계자는 “군수지원함이나 EOD는 방어적 지원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해상초계기는 성격이 다르다”며 “이란이 구축함과 같은 공격 전력으로 받아들여 반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은/김다빈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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