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표현처럼 만물은 유전(流轉)한다. 물은 흐르고 바람은 분다. 하지만 당연해 보이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긴 쉽지 않다. 관 속을 물이 지나가느냐, 기름이 흐르느냐에 따라 유체의 속도는 달라진다. 관 중앙과 외곽 부분의 빠르기도 다르다. 관의 직경이나 구부러짐에 따라서도 해답이 달라진다.현대 사회에서 대기와 물 같은 유체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유체 움직임을 계산하지 않고는 비행기가 공중에 뜨지도, 슈퍼컴퓨터가 일기예보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들은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라는 ‘만능열쇠’를 앞세워서 해류와 난기류, 태풍의 움직임을 풀어나갔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F=ma(힘=질량×가속도)’라는 명료한 뉴턴의 운동법칙에서 출발했다. 수학적 변신도 자유로웠다. 방정식에서 점성항을 제거하면 ‘오일러 방정식’으로, 적분하면 ‘베르누이 정리’로 바뀌었다. 이 방정식에서 수학 천재들도 두 손을 든 난제도 파생됐다. 2000년 미국 클레이수학연구소가 현상금 100만달러를 내건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해(정답)의 존재와 매끄러움’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AI)기업 오픈AI가 어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밀레니엄 문제를 풀 해법을 88시간 만에 만들어냈다고 발표했다. 1만 개의 내부용 모델을 동원해 90년 넘은 난제를 해결했다는 설명이다. AI가 ‘만물은 흐른다’는 자연의 비밀까지 빗장을 제거했다. 이제 남은 궁금증은 ‘AI가 풀지 못하는 문제는 어떤 것일까’ 정도가 아닐까.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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