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한 대 가격이 일본 직장인의 평균 월급을 넘어서면서 열도가 술렁이고 있다. 일본은 스마트폰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아이폰을 사용할 정도로 애플 충성도가 높은 시장이지만, 잇단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아이폰 일변도였던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구글 등 안드로이드 진영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애플은 9일 일본에서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Duo’를 36만4800엔(약 318만원)부터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집계한 2025년 풀타임 근로자의 평균 월급 34만600엔을 웃돈다. 스마트폰 한 대 가격이 월급 한 달치보다 비싸진 셈이다.
기존 아이폰 가격도 크게 뛰었다. 고급형 ‘아이폰18 Pro’는 21만9800엔부터로 전작 출시 가격보다 4만엔 올랐다. 아이폰 프로 모델의 출시 가격은 최근 5년간 79% 상승했다. 애플이 이번에 발표한 신형 제품은 전 기종이 이전 세대보다 가격이 올랐다.
일본에서 이번 가격 인상이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이폰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애플의 일본 스마트폰 출하량 점유율은 55%에 달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 20%의 두 배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분기 기준으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점유율이다.
아이폰은 일본에서 일부 고소득층이 쓰는 프리미엄 제품이라기보다 사실상 ‘국민 스마트폰’에 가깝다.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판매와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바탕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아이폰 사용이 일상화됐다. 주변 친구나 가족이 대부분 아이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같은 기종을 선택하는 경향도 강하다.
애플워치와 에어팟 등 주변기기를 함께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도 애플의 고가 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한번 애플 생태계에 들어간 소비자가 다른 운영체제(OS)의 스마트폰으로 갈아탈 경우 주변기기와 서비스까지 바꿔야 하는 불편이 생기기 때문이다. 높은 중고가격과 익숙한 사용환경도 아이폰을 계속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가격이 평균 월급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오르면서 일본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를 놓고 의문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자주 교체하기보다 사용하는 기간을 늘리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가격 인상에 대한 민감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기존 갤럭시 이용자뿐 아니라 처음 폴더블폰을 구매하는 일본 소비자까지 유입되고 있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일본 시장에서 애플의 브랜드 파워가 워낙 강해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일본 점유율은 낮은 편이지만, 폴더블폰을 계기로 틈새를 넓힐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갤러시 폴더블폰을 구입한 사토 미사키 씨는 "시부야의 팝업스토어에서 체험해보고 구입을 결정했다"며 "화면이 커서 영상을 시청하기 편리하다"고 말했다.
폴더블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한참 앞서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폴더블폰 시장을 개척해 올해 8세대 제품까지 내놓은 반면 애플은 이번에 처음 폴더블 시장에 진입했다. 애플이 36만엔이 넘는 초고가 제품으로 시장에 들어오면서 일본 소비자들이 가격보다 브랜드를 계속 선택할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다른 업체로 눈을 돌릴지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됐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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