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보름 가까운 기간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에 주목했다. 당시 워시 의장이 “우리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확실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11일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3% 상승해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0.2%)를 웃도는 것으로 나오면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엄살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오름세가 전체 CPI 상승을 주도했다. 지난달 미국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3.9% 급등하며 CPI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무선서비스비도 전월 대비 5.9% 올랐다. 반도체 등 부품 가격 상승세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홍해 수송 차질에 따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 급감 소식이 유가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의 8월 원유 수출량은 하루 303만 배럴로 7월 대비 약 33% 감소했다. 생산량은 623만 배럴을 기록, 전월 대비 23% 줄었다.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인도양으로 통하는 바브엘만데브해협 위협 수준을 높인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미국 국채 금리 상승(가격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미국인에게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재정적자 확대와 물가 상승 우려를 키웠다.
캐시 보스트얀식 네이션와이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가격의 재상승세가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 인플레이션 기대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Fed가 16일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투자은행(IB) 나티시스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토퍼 하지도 “Fed가 스스로 만든 ‘신뢰도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CPI 공개 직후 한때 연 5%를 돌파한 미국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이내 안정세로 돌아섰다. 제프 슐츠 프랭클린템플턴 수석투자전략가는 “주식과 채권 투자자들이 이미 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 시작을 예상하기 때문”이라며 “CPI 발표 이전부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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