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함정 건조 역량과 밥콕의 함정 통합·유지보수 기술을 결합하면 글로벌 해군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닉 하인 경(Sir Nick Hine) 밥콕인터내셔널 최고성장책임자(CGO) 겸 해양부문 최고경영자(CEO)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한국을 단순한 판매시장이 아니라 공동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할 전략적 파트너로 규정했다. 하인 경은 “한국 기업들과 이미 여러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한국 사업뿐 아니라 다른 국가로의 수출 기회까지 함께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밥콕인터내셔널은 함정·잠수함의 설계와 건조, 유지·보수·정비(MRO), 원자력 엔지니어링, 항공·육상 방산 등을 아우르는 방산·엔지니어링 기업이다. 특히 영국 해군 함정과 핵잠수함을 수십 년에 걸쳐 관리하는 전 생애주기 지원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스코틀랜드 로사이스와 잉글랜드 데번포트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 해군의 Type 31 호위함 5척도 건조하고 있다.
하인 경은 영국 해군에서 잠수함과 수상함을 모두 지휘한 인물이다. Type 23 호위함 HMS 웨스트민스터와 핵잠수함 HMS 탤런트 등을 지휘했고, 영국 해군 참모차장인 제2해군경(Second Sea Lord)을 마지막으로 전역했다. 2022년 밥콕에 합류한 뒤 2024년부터 해양부문 CEO를 맡고 있으며 올해 CGO까지 겸임하고 있다.
Q. 밥콕이 바라보는 미래 해군의 모습은 무엇입니까.
“미래 해군은 기존의 유인 함정 중심 구조에서 유인·무인체계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함대로 빠르게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밥콕은 이를 위해 자율체계와 디지털 엔지니어링, 인공지능(AI) 기반 임무체계 통합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HII, 아론다이트와 함께 제안한 ‘ARMOR Force’도 이런 방향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유인·무인 전력을 통합해 영국 해군의 자율작전 능력을 높이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 간 상호운용성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한국 조선·방산기업과는 어떤 협력을 구상하고 있습니까.
“밥콕은 이미 여러 한국 산업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 협력은 한국 내 사업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다른 국제시장으로 함께 진출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뛰어난 함정 건조 역량과 플랫폼 경쟁력을 갖고 있고 밥콕은 함정 통합과 임무체계, 유지보수, 전 생애주기 지원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역량을 결합하면 제3국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해군 솔루션을 공동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Q. 밥콕은 영국 해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밥콕은 영국 해군의 핵심 자산을 지원하고 유지하는 최전선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클라이드 해군기지와 로사이스, 데번포트 등을 중심으로 함정과 잠수함의 엔지니어링과 유지보수, 기반시설 관리, 원자력 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뱅가드급 전략핵잠수함과 아스튜트급 공격핵잠수함의 유지·정비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스코틀랜드 로사이스에서는 밥콕의 Arrowhead 140 설계를 기반으로 한 영국 해군 Type 31 호위함 5척을 건조하고 있습니다.”

Q. 밥콕의 MRO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밥콕의 MRO는 단순히 고장난 장비를 수리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군함과 잠수함, 항공기, 각종 군사장비를 대상으로 유지보수와 엔지니어링, 자산관리 프로그램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핵심 목표는 플랫폼의 가동률과 작전준비태세, 전 생애주기 성능을 높이는 것입니다. 한국의 방산 자산에도 이런 자산관리 경험을 적용하면 함대 가용성과 운용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Q. 전 생애주기 지원은 기존 MRO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전 생애주기 지원은 플랫폼이 운용된 뒤 정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유지보수와 가용성을 고려하는 방식입니다. 밥콕은 엔지니어링, 정비, 교육, 데이터 분석, 공급망 관리, 성능개량 계획을 플랫폼의 전체 수명주기에 걸쳐 통합하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에 재취역시키는 단계나 최종 해체까지도 포함합니다. 이를 통해 사후 대응식 정비에서 벗어나 예측정비와 상태기반정비로 전환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유지비와 정비 복잡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SSN-AUKUS나 Type 31 사업에서도 이런 접근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Q. 잠수함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밥콕은 영국 핵잠수함 사업을 통해 잠수함 엔지니어링과 조선소 운영, 정비계획, 안전성 검증, 기반시설 지원, 해체까지 폭넓은 경험을 축적해왔습니다. 캐나다의 빅토리아급 잠수함에도 전 생애주기 엔지니어링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과는 이미 KSS-Ⅲ 잠수함의 무장취급·발사체계(Weapon Handling and Launch System)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한국의 잠수함 플랫폼 역량과 밥콕의 유지보수·임무체계 역량을 결합해 다른 동맹국 잠수함 시장으로 함께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Q. AI와 디지털 기술은 함정 운용과 정비를 어떻게 바꾸고 있습니까.
“밥콕은 디지털트윈과 예측분석, 시뮬레이션, 첨단 데이터 통합기술을 활용해 방산 플랫폼의 성능과 유지보수 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디지털트윈을 활용하면 정비 시점을 미리 예측하고 운용 성능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으며 엔지니어링 의사결정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밥콕이 개발한 디지털 자산관리 플랫폼 ‘Metis’는 기존에 분리돼 있던 각종 시스템의 데이터를 연결해 자산의 신뢰성과 가용성, 작전준비 상태를 통합적으로 보여줍니다. AI를 활용해 유지보수성과 지속운용 능력을 높이는 데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Q. 해외 방산사업에서 현지화는 얼마나 중요합니까.
“밥콕은 단순히 장비를 수출하는 것보다 현지 산업기반과 인력을 함께 키우는 장기적인 협력모델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현지 인력을 교육하고 자국 내 유지보수 역량을 구축하며 지식과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중소기업을 현지 공급망에 참여시키는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밥콕은 ‘TOKAT(Transfer of Knowledge and Technology)’ 프로그램을 통해 폴란드 등에서 이런 현지화 모델을 적용해왔습니다. 한국 역시 자주적 방산역량 강화와 방산 수출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이런 접근과 잘 맞는 시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Q. 한국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어떻게 그리고 있습니까.
“밥콕은 한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 깊게 발전시키고 아시아·태평양 방산·해양시장으로 협력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이 지역에서는 국방안보 수요가 늘고 있고 해군 현대화와 동맹국 간 방산협력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밥콕은 이미 한국 기업들과 국내 사업뿐 아니라 해외시장을 겨냥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거 LPX-II와 CVX 개념설계 단계에서도 한국 정부 연구개발 조직 및 주요 산업계와 협력하며 기술지식과 설계 역량을 공유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협력범위를 넓혀갈 계획입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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