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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도 감히 못 했는데 李에 배신감"…시민단체 540곳 '분노'

입력 2026-09-12 20:29   수정 2026-09-13 20:47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 파병을 요청한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명분 없는 전쟁에 한국 청년과 군인을 내몰 수 없다”며 정부에 파병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참여연대와 자주통일평화연대 등 540여개 종교·시민·민중·평화 단체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호르무즈 파병 반대 집회를 열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선우 스님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적 군사 행동으로 촉발된 이 전쟁은 명분 없는 침략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대한민국 헌법 제5조가 명시한 침략적 전쟁의 부인과 국제 평화유지의 정신에 따라 파병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 속을 뛰어들라는 강대국의 부당한 압박에 굴복하며 우리들의 소중한 자녀들을 이기적인 전쟁의 도구로 희생시킬 순 없다”며 “국익이란 이름의 포장지가 생명의 무게보다 무거울 순 없다”고 했다.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이 있다는 김숙영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도 “왜 우리 청년들이 트럼프가 일으킨 침략 전쟁의 뒤풀이를 감당해야 하냐”며 “국익을 위해 파병을 검토한다는 말은 군에 보내는 아들이 전쟁 지역에 갈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라고 비판했다.

청년 노동자라고 소개한 고건씨는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도 감히 못 한 해외 파병을 추진한다는 사실에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며 “이 나라가 전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올바른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종로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주한미국대사관을 거쳐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는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압박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단체들은 호르무즈 파병 반대 국민동의청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오는 15일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의 파병 거부 결단을 촉구하는 평화연대를 이어갈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을 충분히 돕지 않는다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는 나토와 다른 나라를 돕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지만, 거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한국이 예시”라고 말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두희 국방부 차관은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현지 조사단의 중동 방문이 반드시 파병을 전제로 한다거나 파병을 준비한다기보다는 전반적인 상황을 평가하고 검토하기 위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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