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선물의 단골인 굴비 매대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굴비 하면 으레 참조기를 떠올렸지만 올해는 백조기로 만든 ‘백굴비’가 빠르게 자리를 넓히고 있다. 이유는 가격이다. 같은 10마리 세트라도 참조기 굴비는 20만원을 훌쩍 넘는 반면 백굴비는 5만원 안팎이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참조기 굴비 1.4㎏ 10마리 세트의 행사가격은 24만6400원이다. 반면 백조기로 만든 ‘특선 영광 백굴비 세트 3호’는 10마리에 4만7840원이다. 백굴비 가격이 약 80% 저렴하다. 마릿수는 같지만 지불해야 하는 돈은 5배 넘게 차이 나는 셈이다.

김슬기 이마트 수산카테고리 바이어(MD)는 올해 추석 굴비 시장의 가장 큰 변화로 “5만원 이하 실속형 상품 확대”를 꼽았다. 참조기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굴비 선물’이라는 형식은 유지하되 가격 부담은 낮추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참조기 가격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해 추석 직전 원물 가격은 전년보다 약 11% 상승했고, 올해는 다시 지난해보다 약 9% 올랐다. 굴비 전 품목의 원가는 올해 전년 대비 약 20% 상승했다.
가장 큰 원인은 어획량 감소다. 참조기는 어획량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어종인데 최근 공급이 줄면서 산지에서 좋은 원물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해졌다. 김 바이어는 “산술적으로 보면 지난해 10마리를 살 수 있던 가격으로 올해는 9마리를 살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다만 소비자가격에는 원가 상승분을 그대로 얹지 않았다. 이마트의 굴비 선물세트 판매가격 상승폭은 10% 안팎이다. 명절 전에 원물을 미리 사들이고 대량 매입으로 단가를 낮춰 원가 상승분 일부를 흡수했다.
굴비 장사는 결국 ‘언제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게 김 바이어의 설명이다. 추석 직전에 원물을 구하려 하면 가격이 이미 오른 뒤다. 크기와 품질이 좋은 참조기를 적정한 가격에 얼마나 일찍 확보하느냐가 그해 선물세트 가격을 좌우한다.

대신 바이어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크기’다. 단순히 싼 굴비라는 인상을 주면 선물세트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 바이어는 “백조기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만큼 실제 상품을 받았을 때 충분히 크고 푸짐하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마트의 ‘만복 영광 백굴비 세트’는 마리당 평균 중량이 270g 이상이다. 300g 안팎 백굴비 5마리를 넣은 세트 가격은 4만9840원이다.
소비자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 아직 ‘굴비=참조기’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매장에서 낱개나 묶음으로 판매할 때는 백굴비 매출이 참조기 굴비보다 약 30% 높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올해 이마트가 준비한 대체 어종 굴비 선물세트는 총 6종으로 지난해보다 2종 늘었다. 관련 매출도 전년보다 약 35% 증가했다.
김 바이어는 굴비를 살 때 마릿수만 보지 말라고 조언했다. 같은 10마리 세트라도 원물 크기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마리당 중량과 전체 중량을 함께 확인하고, 은빛이 선명하면서 자연스러운 황금빛을 띠는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결국 올해 굴비 매대에서는 ‘무슨 조기냐’만큼 ‘얼마나 크고 얼마냐’가 중요해졌다. 참조기 굴비가 정통성과 품격을 앞세운다면 백굴비는 크기와 가격으로 승부한다. 김 바이어는 “백굴비가 참조기 굴비를 대체한다고 보기는 이르지만 ‘가성비 굴비’라는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관련뉴스







